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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일보 이종승 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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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라는 배의 가속도를 서서히 끌어올릴 시점이 왔다.”
지난 9일 창간 52주년 기념사를 통해 이종승 사장이 한 말이다. 이 사장은 장재구 회장이 지난해 6월 증자를 완료하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후 표류하는 ‘한국호’를 1년째 맡고 있다. 그에게 한국일보의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한국일보가 오랜 시간 동안 어려움을 겪어 왔다. 지난 9일 52주년 창간사에서 “희망의 나무를 심고 가꿀 때”라고 말했는데, 그 의미는 어떤 것인가?
연내 본사 사옥 부지 매각과 대주주 추가 증자(2백억원) 및 조직 축소 등을 통해 워크아웃 상태를 끝내고 회사가 재도약할 수 있는 기틀을 닦겠다는 것이다. 창간사에서 말했듯 나는 이 같은 일련의 과정을 난파직전의 배를 무사히 항구에 접안시켰다고 표현하고 싶다.
한국일보의 회생 방안이 사옥 매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모두들 말한다. 사옥 매각과 한국일보의 회생이 어떤 관계인가?
한국일보 본사 부지 일대를 전면 철거하여 도심재개발 형태로 개발할 수 있도록 각종 인허가를 마무리해 부지의 값어치를 크게 상향시켜 매각할 것이다. 최소 8백50억원 이상의 가격에 본사사옥 부지를 매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매각 대금은 그야말로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려온 회사 입장에서는 단비와 같은 존재다. 채권단과 협의해 부채의 상당부분을 청산, 자금압박에서 벗어나 독자 회생의 길을 모색하는 것이 급선무다. 이와 더불어 밀린 급여와 취재비 지급 등을 통해 흐트러진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고 새로운 수익사업 모델에 투자하는 등 재창간 작업에 매각 대금이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한국일보가 어렵다 보니 사내 분위기가 많이 침체됐다. 예전 한국일보 특유의 동료애랄지 사풍이 사라졌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일보는 격랑에 휩쓸려 언제 좌초될지 모르는 위기에 빠져 있었다. 전 조직이 삐걱거리는 ‘토막난 조직’이었다. 그래서 고장투성이인 배를 수리하고 선원들의 사기를 추스를 엄두도 못냈다. 하지만 배를 항구에 접안시켜 한숨을 돌리게 되면 과감한 수리작업을 통해 힘찬 재출항 준비를 할 계획이다. 분위기가 침체돼 있는 건 사실이지만 50여년을 이어온 한국일보 특유의 동료애나 개척정신이 쉽게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장기영 사주가 중시했던 인재제일의 철학 아래 능력 위주의 인사원칙을 철저히 시행하고 회사 회생의 미래 청사진이 마련된다면 조직 구성원 모두 한국일보 정신으로 다시 뭉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뭉치는 구심점 역할을 경영진이 해 줘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새로 도입하는 인사평가와 관련, 내부에서는 앞으로 다가올 구조조정을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돌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인사평가는 어느 회사든 조직의 활력과 인재관리를 위해 당연히 시행해야 할 작업이다. 불행하게도 한국일보는 그런 기본적인 시스템마저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는 것이 적지 않다. 눈앞의 구조조정을 위해 서둘러 인사평가제를 실시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 조직의 기본을 다시 세우자는 취지에서 시행하기로 한 것이다. 이를 통해 우수한 인재발굴과 조직의 기강을 다시 세울 계획이다.
한국일보 분사 방안과 구조조정 안은 채무재조정 후 가장 큰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가?
지금 한국일보는 낡은 항공모함과 같다. 회사 재정과 시장 규모는 물론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발 빠르게 적응하기 위해서라도 모선의 크기를 줄이는 것은 필수적이다. 회사 생존을 위해서라면 모선의 형태까지 바꾸는 등 모든 것을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할 것이다.
장재구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떠난다고 선언한지 1년째지만 계속해서 경영에 관여한다는 지적이 있다.
장 회장은 2003년 미주한국일보 회장으로 있다가 회사가 파산 직전에 있을 때 인수를 했다. 사실상 소유주가 바뀐 그 때 회사가 창업이 된 것으로 봐야한다. 당시 국내 여건이 안 좋았고 내부적으로도 문제가 있었다. 증자가 지연된 이유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6월, 5백억 원 증자를 완료했다. 또 앞으로 추가 2백억 원을 증자해야 한다.
장 회장은 이 모든 채권채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무한책임을 가지고 있는 입장으로 경영에 신경을 안 쓰고 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신경을 쓰는데 단지 모든 일에 시시콜콜 관여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 부분을 전문 경영인에게 맡긴 것이다. 내가 그 역할을 하고 있다. 앞으로 내 후임이 와도 전문경영체제로 갈 것이고 그게 장 회장의 생각이다. 사내 누구를 불러다 라인을 세우거나 그런 일은 없다. 예전 일에 대한 기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