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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주의 가장한 '정파 저널리즘' 큰 문제

<긴급좌담> 5·31 지방선거 보도 진단과 향후 정국 전망

정리=김창남 기자  2006.06.07 11: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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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일 기자협회 회의실에서 열린 '5.31선거 보도진단과 향후 정국 전망' 긴급 좌담회.  
 
  ▲ 지난 1일 기자협회 회의실에서 열린 '5.31선거 보도진단과 향후 정국 전망' 긴급 좌담회.  
 
한나라당 ‘압승’, 열린우리당 ‘완패’. 이번 ‘5·31 지방선거’결과다. 향후 전개될 정계개편은 정가뿐 아니라 국민적 관심사가 되고 있다.

한국기자협회는 1일 오후1시 기자협회 대회의실에서 이번 선거가 향후 정국에 미치는 영향을 전망하고 선거기간 중 나타난 선거보도의 문제점 등을 되짚어보는 긴급좌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본보 편집위원 11명 가운데 경향신문 설원태 기자를 비롯해 서울신문 김인석 기자, YTN 조승호 기자, KBS 이재강 기자, 한겨레 김동훈 기자 등 5명이 참석, 선거결과에 대한 활발한 의견을 개진했다.






◇좌담회 참가자

경향신문 설원태 기자

서울신문 김인석 기자

YTN 조승호 기자

KBS 이재강 기자

한겨레 김동훈 기자

사회=본보 김신용 편집국장





사회=이번 선거는 집권당인 열린우리당이 완패했다. 이번 선거에 대한 총평을 했으면 한다.



이재강=이번 선거를 통해 다시 지역주의가 부각됐다고 평가할 수 있다. 특히 기초의원 선거로 갈수록 유권자들이 인물에 대한 평가보다는 소속 정당을 보고 투표행위를 결정했다.

그러나 이것은 민주주의 측면으로 봤을 때 적절치 못한 투표행위였다. 이로 인해 풀뿌리 민주주의의 위기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동훈=이번 선거는 큰 틀에서 보면 현 정권에 대한 심판이었다. 그러나 지방선거가 현 정권심판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데에선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당초 기초단체장 후보의 경우 당 공천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으나 반영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양질의 무소속 기초의원들이 이번 선거에서 대거 떨어졌다.

또 하나 전국 정당을 표방한 당이 실패하면서 민주당은 반사이익을 챙기고 오히려 민노당 등과 같은 소수 정당이 피해를 보는 결과를 낳게 됐다.



조승호=이번 결과를 놓고 현 정부가 반성을 해야 한다. 개혁세력이 잘못하면 언제든지 개혁당도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못 받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던 선거였다.

예를 들면 현 정부가 부산에 가면 ‘부산정권’이 됐고 호남에 가면 ‘호남정권’이라고 할 정도로 변칙이 많이 동원되면서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었다.

따라서 이런 측면으로 봤을 때 지역주의 부활이라기보다는 개혁성과에 대한 현 정부의 평가라고 볼 수 있다.



지방의회의원 중앙당 공천제 개선해야



김인석=지방선거가 지나치게 중앙당에 귀속됐을 뿐 아니라 기초단체의원까지도 중앙당으로부터 공천을 받았는데 이 점은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다.

또한 이번 선거가 지역의 동량을 뽑기보다는 현 정권에 대한 심판이 의미가 컸는데 이 부분도 잘못된 것이다.

특히 정치인들이 이런 점을 이용했고 유권자들이 이에 현혹돼, 인재보다는 정당을 보고 투표했다. 그러나 이는 유권자뿐 아니라 지역을 위해서도 마이너스 요소다.



설원태=지방행정을 전공한 학자들은 지방정치가 중앙당에 의해 훼손됐다고 지적하고 있으며 이런 견해를 전적으로 동의한다.

지방정치가 중앙정치에 의해 영향을 받고 훼손되면 지방행정에도 영향을 미쳐, 진정한 지방자치가 실현될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특정당 독식 지방의회…‘풀뿌리 민주주의’ 심각한 타격



사회=이번 선거결과가 과연 한나라당이 잘했기 때문인가, 아니면 열리우리당이 잘못해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하는가를 선거의 특징과 함께 이야기 했으면 한다.



김동훈=원래 지방자치를 하려면 정당 공천을 배제해야 하는데 이번 선거의 경우 정당에서 공천을 하다 보니 인물보단 여당에 대한 ‘심판’이나 ‘단죄’의 성격으로 사람을 뽑게 됐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이 독식하는 결과를 낳게 됐는데 과연 이런 구조 속에서 견제가 제대로 될지 의문이다. 단죄의 성격이 치러진 이번 선거가 풀뿌리 민주주의에 심각한 영향을 줬다고 생각한다.



설원태=인물을 뽑는 것보다 심판의 의미가 강하다고 하는데 새로운 인물을 뽑는 것 자체에 심판의 의미가 부여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미국의 대통령 중간 선거를 보게 되면 현직 대통령이 소속된 당에 대한 반대표가 많이 나온다.

하지만 이번 지방 행정가를 뽑는데 중앙당에 의해 정치화된 것은 문제점으로 지적할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이번 선거는 참여정부에 대한 단죄의 의미가 크다.






  왼쪽부터 설원태, 김인석, 조승호, 이재강, 김동훈 기자.  
 
  ▲ 왼쪽부터 설원태, 김인석, 조승호, 이재강, 김동훈 기자.  
 

 

이재강=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를 함께 한다면 정상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선거 당시 민심이 두 선거에 반영되면 ‘권력 분립’이라는 민주주의 대명제가 불안정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단체장 선거와 기초의회 선거가 동시에 실시됐고 특정 이슈나 사건 등에 의해 견제와 균형이 필요한 두 개의 지방권력에 심각한 영향을 줬다.

이 때문에 지방자치선거에 대한 시스템 점검이 필요한 대목이다.



조승호=지방선거가 과연 탈 중앙적일 수 있느냐에 대해 의문이 든다. 우리나라처럼 재정자립도가 낮은 상태에서 ‘나 홀로’ 지방행정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탈 정치화된다는 것도 사실상 힘들다. 또한 선거제도에 있어 합법적인 선거운동 기간이 선거일로부터 13일 전부터 가능한데 지역구를 돌기 힘든 기간이다.

오히려 잘못된 선거제도가 인물보다는 당만 보고 뽑는 결과를 낳기 때문에 이에 대한 개선책이 필요하다.



사회=‘제도권의 한축’인 언론도 이번 선거결과에 있어 많은 영향을 줬다. 언론보도에 나타난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김동훈=여러 언론들이 선거 때마다 후보들이 정책대결을 하게끔 정책보도를 시도하고 실제로 ‘메니페스토 참공약 선택하기’와 ‘막개발 헛공약’ 등으로 반영했다. 하지만 같은 사안을 가지고도 상반된 결과가 나오는 등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또한 우리 언론들이 말로만 정책보도를 주장하고 실제 지면에서는 형식으로 반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특히 후보들이 ‘네거티브 선거전략’을 지양하면서 선거기사가 많이 보이지 않고 일부에선 비판기능을 상실한 채 단순히 후보들의 과거 감동 스토리만 소개하는 보도태도를 보였다.



일부 언론 특정 후보 미화 지나쳐



이재강=이번 선거보도와 관련해 소위 ‘보수신문’은 노골적으로 정파성을 나타낸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박근혜 대표 피습사건 이후 이를 적날하게 보도했는데 기본적으로 근거도 없이 정치적 테러로 몰고 가려는 의도가 있었다. 이것은 정파성이 아니면 설명할 수 없는 보도태도다.

나중에 근거가 없는 것으로 나왔지만 보수신문들은 여전히 ‘배후 못 밝혀’ 등 정파적인 보도태도를 보였다.

특히 중앙일보의 경우 박근혜 대표에 대한 미화가 도를 넘어섰다. 중앙일보의 최근 보도를 봤을 때 특정 정치인을 이처럼 미화시킨 적이 없을 정도로 심했다.

이번 선거보도에서도 우리 신문의 정파문제가 여실히 드러났다는 점에서 개탄을 금할 수 없다.



김인석=일부 보수 신문의 경우 진대제 후보와 김문수 후보에 대한 인터뷰 기사가 나란히 나왔는데 후보 간 사용된 미사어구를 보면 그 의도를 충분히 가늠케 할 수 있다.



기계적 형평성·공정성 매몰도 문제



조승호=정파성에 대해선 우리 언론이 제고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과연 정파성이 나쁜 것인가에 대한 가치판단은 별개의 문제다.

이보다는 기계적 공정성이나 형평성에 매몰된 것이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미국 언론의 경우 정파성을 들어내는 대신 시청자나 독자들에게 심판을 받는다.



김동훈=중요한 것은 우리 상황에서 팩트를 가지고 얘기해야 하는데 이를 왜곡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박 대표 피습 사건을 보면 확인되는 않은 ‘의혹 부풀리기’가 나오는데 이는 자칫 해당 언론사뿐 아니라 우리 신문 전체 신뢰도 하락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재강=정파성의 문제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의견은 자유롭고 진실은 신성하다”라는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처럼 팩트를 유린해서 안 된다.

가장 큰 문제는 객관주의 보도를 가장한 정파적 보도이고 이것은 저널리즘을 유린하게 된다.



사회=이번 선거보도를 보면 필드를 뛰는 기자와 고위 편집간부들 간 충분한 커뮤니케이션이 안 된 것을 알 수 있다. 보도의 틀을 이미 잡고 취재를 하는 등 정형적인 ‘정파 저널리즘’을 보였다. 현장 취재기자와 편집 간부들 간 충분한 커뮤니케이션과 이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면 흥미위주의 선거기사가 지면 등에서 많이 사라졌을 것이다.



사회=이번 선거결과는 향후 정계개편뿐 아니라 대권구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는 데.



조승호=대통령 탄핵 이후 총선 당시 열린우리당 깃발만 꽂으면 누구나 국회의원이 될 수 있었다고 평가한 것처럼 이번 선거에서 한나라당 깃발만 가지고 당선됐다고 평가하면 안 된다.

이번 지방선거에 대해 정치적으로만 평가한다면 선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이 희석될 수 있다는 점을 현 정부나 여당에서는 인식해야 한다.



이재강=이번 지방선거를 여러 가지 시각으로 볼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보수 세력의 결집이 제도적인 틀을 통해 나왔다고 분석할 수 있다.

그렇다고 보면 다음 선거에선 그 반대 가능성이 나타날 수도 있다. 이번 선거결과에 대한 위기감이 ‘범 민주세력’간 결집으로 나올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선거결과가 이들 세력들이 결집하는데 주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대북·대미 관계 등 정부정책 많은 변화 예상



설원태=현 정부의 정책에 많은 변화가 올 것이다. 특히 대북관계나 대미관계 등이 현재와는 많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대북관계에 있어 “조건이 없이 다 주겠다”는 발언은 힘들어 질 것이다.

또한 대부분의 후보들이 ‘일자리’늘리기를 주요 공약을 내세운 만큼 현 정부도 사회적 양극화문제보다는 경제 살리기 등에 무게를 실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