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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리 사태 '좌-우 대리전'

조선, 범대위 이념·폭력성 비판…한겨레, 정부 물리적 대응 경계
주요 신문 보도 분석

장우성 기자  2006.05.17 13:4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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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평택미군기지확장저지를위한범국민대책위(범대위)가 개최한 평택집회가 불상사없이 끝난 가운데 그간 대추리 문제에 대한 주요 신문들의 보도가 유래없이 진보-보수 극단으로 갈린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끌고 있다.



조선일보의 보도는 3월6일 범대위가 대추초등학교 법인인도강제집행을 저지하고 난 뒤부터 이념적인 양상을 띠었다. 이전에는 주민의 주장과 군 당국의 방침에 대한 사실 기사 중심이었다. 이때부터 지난 15일까지 대추리 관련 사설 7건과 기사 및 칼럼 26건을 실었다. 사설은 비대위의 이념성을 강조했다. 3월13일자 ‘외부인 정치투쟁화돼버린 평택 미군기지터’가 시작이었다. 이 사설은 “1백50가구가 사는 경기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라는 작은 마을이 반미운동의 메카 비슷한 곳이 돼버렸다고 한다”며 “문제는 외부 사람들이 주민을 도와주겠다며 주민 이해와는 별반 관계도 없는 정치투쟁을 벌이고 있다는 점이다”라고 밝혔다. 이후 ‘반미의 메카된 평택 대추리’ ‘평택 ‘반미’ 방관하는 경찰은 누구 눈치 보는가’ ‘평택 해결은 주민과 반미꾼 분리에서부터’ 등 범대위가 내세우는 반미 구호에 초점을 맞췄다.



5월5일 집회 충돌 이후에는 시위대와 경찰, 군의 물리적 대치를 보도하는 기사도 큰 비중을 차지했다.



10일자에는 5월5일 집회에서 군인들이 시위대에 밀리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홈페이지에 공개하면서 시위대의 폭력성을 부각했다. 11일자 ‘“범대위·민노·한총련 모두 나가라” 팽성지역 주민들 화났다’라는 기사를 통해서는 시위대와 일반 주민 간의 갈등을 보도했다.



14일 집회가 큰 충돌 없이 끝난 뒤에도 ‘반미 좌파 세력의 평택 속셈, 국민은 바로 봐야’라는 사설을 통해 이념적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조선은 범대위가 주민의 이해보다는 한총련 등 반미를 주장하는 운동권 단체들의 연합이라는 점에 주목하면서 정부가 오히려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다른 신문에 비해 대추리 문제에 이전부터 관심을 나타냈다. 한겨레 역시 6일 물리적 충돌 이후부터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8일자 사설 ‘대추리 강제접수 안된다’부터 정부의 강제 집행을 반대하며 평화적 해결을 촉구했다. 이후 6개의 사설을 비롯 71건의 칼럼·기사를 통해 주로 강제 집행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편에서 대추리 사건을 보도했다. 한겨레는 3월31일자 ‘최재봉의 문학풍경’ 등 문화면에서도 이 사건에 관심을 나타냈다. 6일자에는 조선, 세계 등이 범대위의 이적성을 비판하면서 도마에 올린 문정현 신부 인터뷰를 내보내기도 했다. 군경과 시위대의 충돌에 있어서도 정부의 물리적 대응을 비판했다. 한겨레는 이번 사태를 정부와 주민의 갈등을 넘어 해석했다. 평택 미군기지가 미국의 의도에 따라서는 한반도를 국제분쟁의 희생양으로 만들 수 있다고 경계했다. 5월5일자 사설 ‘대추리 사태 본질은 한반도 평화다’는 이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다른 신문들도 입장 차는 뚜렷했다.



중앙, 세계는 조선의 논조과 비슷했다. 이념성을 비판하며 정부의 강력한 대응을 촉구했다. 평택미군기지 이전은 정부간의 약속이므로 반드시 실현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경향은 주민들과 평화적 대화를 촉구하는 한편 정부가 강경 대응을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군기지 이전은 중국을 자극해 동북아 불안정을 몰고 올 수도 있다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주문하기도 했다.



서울, 한국 등은 사실 위주로 보도하면서도 평화적 해결 쪽에 무게를 뒀다.



동아는 13일자로 ‘반 기지 시위 더는 방치할 수 없다’라는 제목의 사설을 내보내면서 미군기지 반대 시위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으나 조선, 중앙, 세계에 비해서는 빈도수가 낮았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추리 사태는 각 신문의 이데올로기적 성향이 노골적으로 드러난 사안이었다는 평을 내리고 있다.



순천향대 장호순(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여중생 문제 등 그동안 미국과 관련된 이슈에서는 진보세력이 주도권을 쥐었으나 대추리 문제에서는 보수언론이 공세적인 입장을 취했다”며 “보수언론은 색깔을 명확히 하면서 지지세력을 결집하고 정부와 진보세력 등 정치적 반대세력의 갈등을 부르는 효과도 누렸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