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가 언제 터질지 모르기 때문에 주의를 해야 한다는 생각은 있지만 워낙 만연한 상황이라 나만 안 걸리면 그만이라는 게 통념이다.”
서울 중앙언론사 10년 차 이상 중견 기자의 골프에 대한 생각이다. 골프를 치는 것이 문제라기보다는 접대 골프와 내기 골프를 통한 뇌물이 오가는 것이 문제라고 그는 지적했다.
현재 기자와 골프의 상관관계를 보면 ‘수요가 있으면 반드시 공급이 늘어난다’는 경제학의 수요공급이론이 그대로 적용된다. 기업체의 홍보 수단으로 골프가 자리 잡게 된 상황은 기자들의 요구가 있기 때문이라는 어느 일간지 기자의 자기 고백의 말이 이를 뒷받침한다.
최근 골프를 시작했다는 한 언론사 경제부 기자(7년차)는 “출입처에서 가끔 골프를 치자고 해서 필드에 몇 번 나갔는데 실력이 그리 뛰어나지 않아 따로 연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취재원이 골프로 접대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접대골프를 통해 기자와 취재원의 관계가 기사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한 대기업 홍보 담당자는 “당장 기사 한 줄 잘 써주기를 바라는 것보다 골프를 통해 끈끈한 연결고리를 만들어 우리가 필요할 때 부탁할 경우가 있다”며 “골프를 치면 4시간 이상 함께 있기 때문에 기자와 우호적인 인간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홍보수단임에 틀림없다”고 말했다.
작년에 입사한 국내 굴지의 건설업체 홍보실 직원에 따르면 기자에게 골프접대를 하는 빈도가 높고 심지어 기자를 관리한다는 인상까지 내비쳤다. 자사에 비우호적인 기자와 골프 약속을 확정하라고 위에서 연락이 온다는 것이다. 그는 “내기 골프를 위해 현금도 준비한다”고 말해 기자와의 내기 골프가 만연했음을 시사했다.
한 중앙 언론사 간부가 말하는 내용은 더욱 충격적이다. 그는 전언이라는 전제로 “내기 골프는 단순한 친목 도모를 위한 것이 아니라 뇌물의 성격이 강하다”고 말했다. 최근 각자 경비를 부담한다는 명목으로 각각 20여만원 정도를 내는 형식을 취한 뒤, 내기 골프에서 진 대기업 임원이 기자들에게 50여만원을 돌려준다는 것이다. 이런 식의 거래가 이뤄지는 것은 거의 매번이라고 덧붙였다.
일부 기업들은 취재 여행을 제공하면서 골프 접대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일간지 북경 특파원에 따르면 “외국까지 기자들을 데려와 골프 치는 것이 많지는 않지만 종종 본다”고 말했다.
이러한 현실을 기업체의 홍보 수단으로 인정하거나 취재 기법으로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최근 접대 골프를 치지 않겠다고 선언한 한 언론사 부장은 “일부 언론사에서는 ‘기사에서 물먹어도 되지만 골프 자리에서 물먹으면 안된다’고 할 정도로 몰상식한 인식이 팽배해 있다”며 “단순히 기자 개인에게 주의하라는 것보다 회사 윤리강령을 구체화하고 제재 규정을 강화해 근본적인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