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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협회 성명 유감

윤국한 전 한겨레 위싱턴특파원  2006.05.09 14:5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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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국한 재미언론인, 전 한겨레 워싱턴 특파원  
 
  ▲ ▲ 윤국한 재미언론인, 전 한겨레 워싱턴 특파원  
 
기자협회는 언론의 권익을 옹호하고 기자들 간의 유대를 돈독히 하는 것을 존재 이유로 한다. 그러니 언론인들이 자유로운 취재활동을 방해 받거나 그밖에 다른 불이익을 당했을 때 회원들을 대표해 이에 대해 발언하는 것은 협회의 당연한 책무일 것이다. 그런데 올들어 발표된 기자협회의 여러 성명 가운데는 이런 일과 무관해 보일 뿐 아니라 그 내용도 성급하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것들이 적잖이 눈에 띈다.



인터넷에서 헤아려 보니 기자협회가 올해 발표한 각종 성명과 논평은 모두 15건이다. 이 중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취재 중 무장괴한들에 의해 납치된 KBS 기자의 석방을 촉구하거나, 강원일보 기자가 민주노총 시위현장을 취재하다 시위대로부터 구타를 당한 데 대해 엄정한 수사와 재발방지를 요구한 것 등은 시의적절했다.



그러나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미국 대사와 관련해 발표한 두 건의 성명과 북한의 위조지폐 논란에 대한 입장 두 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은 꼭 성사돼야 한다’는 제목의 성명 등은 좀더 신중했어야 했다. 김 전 대통령 방북은 정치권의 논란 와중에 우리사회 보수와 진보 양 진영의 견해가 팽팽히 맞서 있고, 회원 언론사들의 보도태도 역시 엇갈리는 상황에서 기자협회가 굳이 이런 성명을 내야 했는지 아쉬움이 있다. 김 전 대통령의 방북이 남북관계 개선이나 민족 공존공영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 있다 해도 당시 논란의 핵심은 방북 시점에 관한 것이었다. 그러니 자칫 기자들을 대표하는 단체가 한쪽 편에 합세했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



북한의 위조지폐와 관련한 성명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생각이 든다. 2월16일자 `협회의 입장’이라는 발표문은 `북한이 달러 위조에 관여하고 있다는 증거는 과거에도 없었고 지금도 없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기자협회가 별도로 고도의 관련 정보를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지금도 여전히 논란의 와중에 있는 이 사안에 대한 이 같은 성명은 섣부르다는 생각이 든다.



`주한 미국대사는 이성을 회복하라’는 제하의 성명도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측이 위조지폐 문제에 대한 설명회 이후 한국 정부와 합의되지 않은 내용을 발표했다며 비판한 이 성명은 설령 우리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 맞다 해도 정부 당국이 내야 할 성명이다. 성명의 제목도 과도한 것으로 생각된다.



올해 기자협회가 낸 첫 번째 성명은 `버시바우 대사는 내정간섭 발언을 사과하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주한 미대사관이 개설한 인터넷 카페에서 네티즌들과 토론하면서 `한국인은 북한 정권을 우려해야 한다’고 말한 것을 내정간섭으로 규정하고 발언 취소와 사과를 요구하고 나선 것은 다소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 이 발언은 한국 정부를 상대로 한 것이 아닌데도 성명은 이를 내정간섭이라고 비판하면서 정작 버시바우 대사에게 `미국은 북한과 외교관계를 수립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지금 우리사회는 미국과의 동맹관계와 대북한 정책 등을 놓고 보수와 진보 양 진영이첨예한 갈등 속에 있다. 이런 와중에 언론도 서로 대립하고 있는 것이 유감스럽지만 현실이다. 소속 언론사 사이에서 만이라도 이런 이념적 대립을 떠나 서로의 간극을 좁힐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기자협회가 섣부르고 정치성이 엿보이는 성명을 내서는 그 지도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