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기자들은 주위에서 쏟아지는 골프 부킹 요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일부 골프담당 기자와 주재 기자, 대기업 출입 기자들은 윗사람들의 부탁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이럴 경우 친분을 이용해 골프장을 예약하거나 회원권을 확보하고 있는 출입처에 은근히 청탁을 하게 된다.
제주 지역의 한 기자는 “내륙의 골프 시즌이 다 끝나는 초겨울이 되면 제주도 주재기자들 중엔 골프장 예약하느라 애를 먹는 기자들이 있다”며 “한꺼번에 몰려 예약이 어려울 경우 상당한 부담을 느낀다”고 말했다.
가장 부담이 되는 부킹 청탁은 바로 골프장을 지정하는 경우. 또다른 제주 지역 기자는 “일부 데스크나 간부가 골프장을 지정해서 예약해 놓으라고 하는데, 이럴 경우 가장 난감하다”고 밝혔다.
골프장 예약은 회원권을 가지고 있는 기업체를 중심으로 은밀하게 진행된다. 과거와 달리 기자들도 공개적으로 요구하지 못하기도 하거니와 요구가 성사됐을 경우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거리가 아니다.
일부 기업체는 회원권을 관리하는 홍보실 직원이 따로 있을 정도로 골프 예약이 업무의 큰 축을 차지한다. 일선 기자들과 임원들이 함께 골프장을 찾아 인적 네트워크를 유지·확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때때로 기자들이 먼저 부킹을 홍보실에 요구하기도 한다는 것. 이럴 경우 기자와 기업체 홍보실의 소위 ‘갑과 을의 관계’로 인해 홍보실에서는 쉽게 거부하지 못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한 건설업체 홍보실 관계자는 “‘을’의 입장에서 ‘갑’의 요구를 쉽게 뿌리치지는 못한다”고 토로했다.
골프 예약을 해 봤다는 어느 중앙 일간지 기자는 “일단 부킹 청탁이 들어오면 회원권을 가지고 있는 기업체 홍보실에 전화를 하고 부탁하는 사람과 연결해 준다”며 “이 경우 홍보실 직원이 알아서 예약한다”고 말해 기업체 홍보실과 기자의 골프장 ‘부킹 커넥션’이 있음을 나타냈다.
한편으로는 예약을 강요받는 기자나 홍보실의 불만도 높다. 골프장을 예약할 수 있느냐의 여부가 개인의 능력과 회사의 이익에 연관된다는 편견 때문. 기자들은 골프장을 예약할 수 있는 것은 곧 기자의 능력으로 판단되기 때문에 위에서 요구를 했을 경우 어떻게든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문제는 이러한 부킹요구도 청탁이나 압력이라는 인식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일선의 한 중견 기자는 “기자라는 직업이 정보 수집을 해야 하는데, 윤리성을 강조할 것인지 아니면 취재 능력으로 여길 것인지에 대해서 우선순위가 개개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면서 “기자가 정보를 입수하는 방법에 있어서 골프는 굉장히 매력이 있지만 접대라는 부분에서는 우리 기자사회 전체가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