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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8일 KBS 라디오 공개홀에서 열린 ‘한미 FTA 강연회’ 모습. 이날 강의에서 한국예술종합학교 전규찬 교수는 한미 FTA가 미디어에 미칠 악영향에도 불구하고 국내 언론은 침묵의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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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 한미FTA와 관련한 보도를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언론이 한미FTA가 미칠 영향에 대해 일부만을 부각한 채 정작 미디어에 미칠 영향은 간과하고 있다는 주장도 거세다. 미디어에 미칠 영향과 관련해 언론계 운동 진영에서는 국내 ‘방송·신문 산업의 붕괴’를 외치고 있다. 그러나 한미FTA가 미디어 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해 정부기관의 논의는 전무한 상태다. 일부 학자들만이 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관련 토론회도 ‘한미FTA저지시청각미디어분야공대위’ 중심의 몇 차례에 불과하다.
방송산업의 붕괴 우려
한미FTA와 관련해 미디어에 미칠 영향을 드러내는 전문가들의 대부분은 방송 신문 산업의 붕괴를 꼽고 있다. 미국이 주도한 FTA에는 항상 미디어 시장의 개방이 따라다녔고 이를 협상 카드로 쓴다는 해외 사례도 언급하고 있다.
지난 3월 30일 ‘한미FTA저지시청각미디어분야공대위’가 주최한 ‘침묵하는 미디어, 잠을 깨라’ 주제의 토론회에서 언론개혁시민연대 양문석 박사는 미국 무역대표부가 발행하는 무역장벽보고서에 나타난 미국의 요구 내용을 소개했다.
양 박사는 미국의 무역장벽보고서에 나타난 미디어 분야 요구사항을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의 해체 △스크린쿼터 축소 △지상파 방송 외국 프로그램 쿼터 축소 △지상파 방송 외국인 지분 참여 제한 폐지 △케이블TV 외국 프로그램 쿼터 축소 △케이블TV 및 위성 방송 외국인 지분 제한 폐지 △위성방송의 외국방송 재송신 규제 해제 등으로 정리했다.
이는 한국의 방송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각종 규제사항을 열어달라는 것으로 여론을 형성하는 미디어 시장을 소유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와 관련 양 박사는 “지금 당장 광고공사가 없어지면 KBS2, MBC, SBS 정도만 살아남고 라디오와 지역방송은 전멸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는 광고공사가 광고를 강제할당해서 이들 방송들이 생존하며 지역의 여론과 문화를 재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외국 프로그램의 쿼터 축소와 관련해서도 한국의 문화 정체성이 붕괴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양 박사는 소유지분과 관련해 중대한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지상파 소유지분에 외국인이 참여하면 일단 신문과 방송 겸업 금지 조치가 풀릴 수밖에 없고 외국인과 국내재벌들이 지상파를 소유할 수 있게 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신문과 방송을 동시에 소유한 자본들이 여론을 조작하여 이들이 대통령 뽑고 국회의원을 만든다”면서 “여론의 다양성이 무너짐으로써 자본독재가 가능해지고 한국의 민주주의는 근본적인 붕괴과정에 들어선다”고 말했다.
신문도 예외는 아니다
방송 산업에서 나타나는 한미FTA의 영향은 신문에도 고스란히 전가될 것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방송공사의 해체는 곧 광고 단가의 상승으로 이어지고 신문의 광고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언론노조 이재희 부위원장도 같은 토론회에서 “광고공사의 해체는 곧 미디어랩으로 광고 수주 체제가 바뀌는 것을 의미함으로 신문 광고시장은 파괴된다”고 주장했다.
광고의 경쟁 구도는 방송광고료의 인상을 불러오고 대형 광고주는 광고효과가 떨어지는 신문 광고료부터 줄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대형 신문사와 중소 신문사의 격차를 더욱 크게 벌리고 여론의 독점은 더 심화된다는 전망과 맥을 같이 한다.
이 부위원장은 또 “현재 신문사 지분 참여가 금지되어 있는 국내 30대 기업의 신문사 경영 참여도 가능해진다”면서 “조중동이 참여할 것이고 외국 자본도 참여할 것인데 이 경우 재벌 신문, 자본신문이 판을 칠 것이며 민주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위기가 오는 것이 자명하다”고 주장했다.
국내언론 ‘침묵의 카르텔’
한미FTA가 미디어에 미칠 영향이 드러남에도 불구하고 언론이 이를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 것은 일부의 이해관계가 반영돼 있다는 주장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전규찬 교수는 지난달 28일 열린 ‘한미FTA가 방송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주제의 강연회에서 “지금과 같이 제어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미FTA가 추진된다면, 미국의 요구에 앞서 한국사회 내부의 상업 미디어 자본과 조중동 등 수구매체가 적극 시장 ‘개방’과 탈규제화, 상업화의 신자유주의 공세로 조응할 공산이 높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이들이 KBS를 포함한 공영방송의 위기론, 겸업 금지 등 방송 부문 규제의 ‘완화’ 목소리를 높일 것”이라며 “실제 ‘중앙일보’는 신문과 방송의 교차소유, 방통융합 등을 통한 거대 미디어복합 기업의 설립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과감하게 펼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사회적 소통을 책임지는 공적영역의 붕괴가 민주주의의 위기를 자초한다는 논리로 이어진다.
전 교수는 “사태가 매우 긴급함에도 불구하고 국내 신문과 방송은 놀라울 정도로 침묵을 지키고 있다”면서 “어떤 심층적인 탐사 보도나 토론 프로그램은 부재한 것으로 나타나 한마디로 한미FTA에 대해 국내 미디어는 일종의 ‘침묵의 카르텔’에 빠져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