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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않는 정신력, 기자 삶과 닮은 꼴"

문화일보 황석순 편집국 부국장

장우성 기자  2006.05.02 20:4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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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일보 황석순 편집국 부국장  
 
  ▲ 문화일보 황석순 편집국 부국장  
 
결론은 ‘마라톤’이었다.

“IMF인데 우리 담배나 끊자.” 한창 IMF 한파가 몰아치던 때, 문화일보 황석순(47) 편집국 부국장은 절친한 동료와 술자리에서 금연을 다짐했다. 작심삼일로 끝나지 않으려면 뭔가 ‘대체재’가 필요했다. 헬스를 시작으로 두루 섭렵해봤다.



하지만 마라톤만한 게 없었다. 골프도 몇 번 쳐봤다. 운동한 것 같지 않은 게 탈이었다. 골프채를 구석에 세워놓고 5km 정도를 한걸음에 뛰고 나야 후련해졌다. 등산도 마찬가지였다. 마음만 먹으면 어디서나 즐길 수 있고 뒷풀이의 부담이 없는 마라톤의 장점을 따라올 수 없었다.



한때는 마라톤 중독자라 불릴 만큼 뛰는 맛에 살았다. 주말이면 그냥 여의도로 갔다. 날씨만 괜찮으면 마라톤 대회 한두 개 쯤은 꼭 열리기 마련. 낯설지만 마라톤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친구가 돼 자유롭게 아스팔트 위를 내달렸다. 풀코스 완주도 공식 대회에서 두 번 기록했다.



“마라톤을 하고나면 일주일이 즐겁고 거뜬합니다. 사정이 생겨 못 뛰고 난 뒤의 한 주는 정말 어렵죠. 힘드니까 술도 더 먹게 되더군요.”

마라톤은 지치기 쉬운 일상에서 큰 힘이 돼줬다. 마라톤은 목표를 향해 자신과 벌이는 고독한 싸움이다. 신문기자의 삶과 많이 닮았다. 포기하지 않는 정신력은 마라토너로서도, 기자로서도 모두 필수 덕목이다.



황 부국장은 요즘은 “나이가 먹어서” 욕심을 버리고 뛴다. 기록도 의식하지 않는다. 10km 정도를 기분 좋게 뛰면 아쉬운 발걸음을 돌린다. 전날 술이나 야근은 절대 금물. 나이가 들수록 자기 체력에 맞게 뛰는 게 좋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꼭 체력 탓만은 아닌 듯 했다. 그는 단순한 승부욕은 이미 넘어섰다. 마라톤의 맛을 아는 사람들에게 ‘경쟁’이나 ‘기록’은 입문 시절의 추억일 뿐이다.



“아이가 초등학교 5학년 때 같이 먼 거리를 뛰어본 적이 있어요. 뭔가 따뜻한 게 느껴지더라고요.”



정겹게 손을 맞잡은 부자 마라토너의 모습. 오는 5월20일을 수놓을 흐뭇한 광경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