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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신문업계는 'LITE'와 FREE 열풍

"아이디어를 나누자, 변화를 고무하자"
시카고 NEXPO/INMA 참관기(하)

김진수 기획팀장  2006.04.20 17:5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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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MA 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됐던 시카고 드레이크호텔 골드 코스트 룸 전경  
 
  ▲ INMA 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됐던 시카고 드레이크호텔 골드 코스트 룸 전경  
 
‘아이디어를 나누자, 변화를 고무하자’를 슬로건으로 내건 제76차 INMA 총회가 4월 5일(미국시간) 오전 8시 공식 시작됐다. (미국인들의 아침은 한국인보다 1시간 먼저 시작된다.) 국제신문마케팅협회를 의미하는 INMA는 International Newspaper Marketing Association의 머리글자다. INMA 총회가 열리고 있는 드레이크 호텔은 시카고 최고급 호텔로 꽤 유서 깊은 호텔이다. 영국의 다이애나 황태자비가 묵기도 하고, 톰 크루즈가 주연한 영화 미션 임파서블에서 사건 해결의 단초가 되는 성경책에 드레이크 호텔 낙관이 찍힌 것으로 유명하다.



시카고에서 열린 76차 INMA 총회 공식 참가자는 한국 참가자 15명을 포함해 총 41개국, 329명에 달했다. 한국 참가자가 15명으로 집계된 이유는 언론재단 방문단 9명 외에 독자적으로 참가한 중앙일보 2명, 네이버 4명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특히 중앙일보 참석자 가운데에는 홍석현 전 회장의 아들인 홍정도씨도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오전 8시 등록을 마친 뒤 사전 스타디 투어(STUDY TOUR)로 시카고 트리뷴사를 방문했다. 시카고 트리뷴사의 건물 외형은 중후하고, 역사를 느끼게 한다. 시카고 트리뷴사의 건물 외벽에는 세계 각 지역에서 가져온 돌 조각으로 여기저기 장식돼 있어 눈길을 끈다. 한국 것으로는 수원성에서 가져왔다는 돌 하나가 한쪽 벽에 박혀있다.



시카고 트리뷴은 역사와 전통도 오래됐지만, 지역민들로부터 확실하게 인정받고 있는 언론사다. 미국은 신문과 방송의 소유겸영 금지조항이 없어서, 시카고 트리뷴은 방송사 뿐 아니라 라디오 방송도 함께 소유하고 있다. 정규직, 임시직, 파트타임 등 취업의 형태가 다양하고, 회사의 규모가 커서 시카고 트리뷴사의 인력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실제로 일행의 가이드를 맡은 한 스카고 트리뷴사의 직원은 자신도 시카고 트리뷴사의 전체 인원수를 잘 모른다면서 “다만 내가 맡고 있는 레드아이란 무료지의 제작인력은 약 2백여명 정도”라고 말했다.



시카고 트리뷴의 편집국을 견학했는데, 그 규모에 놀랐다. 예컨대 사진부의 여러 파트 중 음식물 사진을 전담하는 사진파트가 있는데, 전용 스튜디오는 물론 부엌, 그리고 관련 인력만 10여명에 달한다고 한다. 옆에 있던 한 브라질 출신 INMA 참석자는 “시카고 트리뷴 편집국 인력은 모두 1천여명이 넘는다”고 필자에게 말했다. 기자들의 책상은 한국 보다는 깨끗하지만 전체적으로 각종 자료가 넘쳐 어지럽다. 책상을 깨끗하게 정리하지 않는 것은 한국기자나 미국기자나 똑같은 모양이다.



시카고 트리뷴, 브랜드 마케팅으로 무료지 성공



시카고 트리뷴 회의실에서 회사 관계자로부터 사키고 트리뷴지의 성공사례를 들었다. 또 자회사격인 레드아이(Red-i), 메트로믹스(Metromix) 관계자로부터 무료지의 브랜드 마케팅사례를 들었다. 한국과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젊은 층을 주 타깃으로 삼는 무료지인 레드아이나, 지하철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메트로믹스는 모두 시카고 트리뷴이라는 ‘큰 형’의 그늘 아래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형국이다. 우리나라 경우를 비교한다면 문화일보와 AM7을 떠올릴 수 있겠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무료지는 시카고 트리뷴과 달리 대체로 ‘제 살 깎아먹기’를 하거나 기존 신문들과 광고 경쟁을 하는 등 ‘경쟁자’적 측면이 강한 것이 사실이다.



이 회사 쥴리아 밴더 플뢰그 브랜드마케팅 국장은 “레드아이나 메트로믹스의 성공은 시카고 트리뷴사의 브랜드를 활용한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모회사의 브랜드를 활용한 무료지 판매 전략이 먹혀들어갔다는 것. 물론 이러한 브랜드 마케팅의 성공은 모회사와 자회사간의 유기적인 협조가 필수적이다. 시카고 트리뷴의 빌 파커 편집부국장은 “브랜드 마케팅과 트리뷴지의 제작 철학을 잘 맞추기 위해 나와 쥴리아 국장이 매주 금요일 오후 정기적인 미팅시간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카고 트리뷴사 견학을 마친 후 오후 2시30분부터 INMA 관계자들로부터 실무 브리핑(Executive Briefing)을 들었다. 실무 브리핑은 공식 회의 전 세계 언론산업의 추세와 혁신 사례 등 현안에 대해 INMA 임원진들이 참석자들에게 설명, 보고하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는 세계 신문산업 추세, 인도 및 홍콩 신문시장 현황, 대판신문과 타블로이드 신문의 광고 효과, 신문이미지 재구축 등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4월 6일부터 INMA의 교육 프로그램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INMA 교육 프로그램은 6일에만 오전 5개, 오후 3개 등 모두 8개의 발표가 이어졌다. 교육 프로그램이 시작되기에 앞서 8시부터 이번 행사를 후원한 업체들이 교육장소 입구에서 트레이드 쇼(Trade Show)가 열렸다. 트레이드 쇼는 신문산업연구기관, 데이터베이스업체, 소프트웨어 업체, 인터넷 개발업체 등 신문산업 관련 15개 기관이 참석, 최신 상품 및 서비스 등을 INMA 참가자들에게 소개하는 행사다.



이날 있었던 교육 프로그램 중 필자는 에이미 미첼(Amy Mitchell, 미국 워싱턴 D.C. ‘저널리즘 프로젝트팀’ 부국장)의 “소비자 미디어 이용습관의 변화와 미디어의 진화가 신문에게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란 주제의 발표를 관심있게 들었다.






  미국 일간지 발행부수의 변화  
 
  ▲ 미국 일간지 발행부수의 변화  
 

 

'미국의 신문들에 있어 과연 미래는 있나?’란 다소 도발적인 언급으로부터 시작된 그녀의 발표내용에 따르면 미국 일간신문의 발행부수를 1990년 이후부터 2004년까지 비교한 결과 평일판 6천2백20만부에서 5천4백60만부로, 일요판 6천2백60만부에서 5천7백90만부로 대략 평일판은 12%, 일요판은 8%가 감소했다.



에이미 미첼 부국장은 또 미국 일간지 편집국 노동력의 변화를 언급하면서 지난 2005년 중 △뉴욕 타임즈 - 60명 △로스엔젤레스 타임스 - 85명 △산 호세 머큐리 - 정원의 16% 가 정리해고 되는 등 “한해 동안 정규직 기자의 1천250명에서 1천5백명을 잃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그녀는 또 같은 기간 미국의 주가는 20% 하락했지만, 특히 트리뷴사의 주가는 30%, 뉴욕 타임즈의 주가는 35% 감소해 감소 폭이 더욱 컸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녀는 이러한 미국신문의 발행부수 감소가 신문 규모별로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즉 “USA투데이나 월 스트리트 저널 같은 전국지의 경우는 감소가 거의 없고, 작은 신문들의 경우는 오직 소폭의 감소를 보였을 뿐이지만, 대도시 신문들만이 가장 큰 발행부수 감소와 직원 감축이 있었다”면서 그 이유에 대해 토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무료 타블로이드는 ‘신문 20분 읽는 독자’ 위한 것



에이미는 발제 말미에 무료지에 대한 자신들의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출․퇴근자들이 주고객층인 무료 타블로이드는 ‘신문을 하루에 20분 정도 읽는 독자를 위한 것’이며 대판 신문의 섹션 프론트와 비교할 때 더 폭넓은 기사를 다루지만, 그 내용은 기본적인 것을 요약한 것이라는 것이 그녀의 정의이다.



그녀는 또 타블로이드는 상대적으로 기사량이 적으며, 편향성이 심하다면서 △무료 타블로이드 기사의 74%는 단지 하나 또는 1-2개 정도의 관점만을 제공하며 △타블로이드의 지역기사는 전체의 22%인 반면 대판 섹션면은 53%가 지역기사였고 △타블로이드의 자체 발굴기사는 17%인 반면 대판 섹션면은 93%가 자제 발굴기사라는 조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그녀는 결론적으로 “미국의 젊은 층은 타블로이드에 적응했지만, 뉴욕타임즈와 스카보로연구소의 공동 연구결과 이들이 주요한 소비층으로 구분되는 ‘18세~34세’의 범주 안에 절대적으로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에이미 부국장이 발제 말미에 무료지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것처럼 이번 INMA 총회에서의 두 가지 중요한 키워드는 FREE와 'LITE'(가볍다는 의미의 Light의 변형 단어)로 압축된다. INMA 교육 프로그램에서 발표된 거의 모든 케이스 스터디는 나라와 개별 신문사의 이름만 다를 뿐 거의 모두 무료지와 ‘LITE' 문제를 다루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LITE’는 새로운 신문독자층 즉 ‘젊은 세대’를 고려한 신문제작 방식이다. 미국 뿐 아니라 노르웨이, 네덜란드, 영국 등 세계 곳곳의 ‘신문쟁이’들은 이 새로운 키워드가 주는 의미를 보다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를 신문 제작 및 판매 전략에 접목시키기 위해 서로의 경험과 아이디어를 나누고 있는 중이다.



무거운 주제나 형식을 싫어하는 젊은 세대의 취향은 동양과 서양을 구분하지 않는 것 같다. 한국에서도 이른바 ‘말랑말랑’한 기사와 ‘딱딱한’ 기사 문제를 놓고 언론학자 및 현업언론인 사이에서 다양한 논의가 있었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LITE’한 기사나, 신문제작 방식에 대한 신문인들의 고민은 앞으로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LITE’라는 컨셉은 신문의 판형변화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국 가디언(Guardian)지의 밥 스테드맨 판매국장은 ‘대판에서 타블로이드로 - 가디언 판형 변화의 영향’이란 주제 발표를 통해 “가디언은 과학적인 연구 끝에 신문판형을 기존 대판에서 베르리너판(타블로이드판)으로 컴팩트하게 바꿨다”며 “그 결과 독자들로부터 폭넓은 긍정적 반응을 얻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가디언의 경우 여성독자, 남성독자, 젊은 독자 등 3개의 소비자 그룹을 통해 지하철 공간과 같은 실생활 공간에서 대판과 타블로이드판의 장단점을 조사했다며 “우리는 결국 현대인의 삶에 보다 적당한 판형은 타블로이드라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가디언이 제시한 변형광고의 한 예  
 
  ▲ 가디언이 제시한 변형광고의 한 예  
 

 

밥 국장은 “가디언은 판형 변화와 동시에 △모든 면의 올 칼라화 △새로운 광고 기획 및 새로운 광고 사이즈의 개발을 추진했으며 이를 통해 보다 높은 광고이익을 시현했다”고 부연했다. 실제로 그가 제시한 한 광고의 경우는 통상 지면 하단에 5단 직사각형 모양인 우리의

광고와 달리 광고를 계단식으로 구성한 크리에이티브한 것도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어찌됐건 가디언지는 지난해 국제신문디자인학회로부터 ‘세계 최고의 신문디자인상’(The World's Best Design Newspaper)을 수상했으며, 영국신문협회로부터 ‘올해의 신문디자인상’(British Press Awards)을 수상했다는 것이 밥 국장의 설명이다.



INMA 3일차인 7일 교육 프로그램은 주로 광고와 고객관리에 대한 내용이 많았다. 이날 교육은 인도 ‘더 타임스 오브 인디아(The Times of India)’의 라비 다리왈 업무국장이 임시의장을 맡아 진행했다. 전 세계 41개국에서 참석했다고는 하지만 주로 백인들이 주류를 형성하는 총회에서 동양인이 셋째 날 임시의장을 맡았다는 점은 왠지 친숙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INMA의 중요한 의미는 결국 ‘사람과의 교류'



이날 오찬 직전에는 내년 즉 77차 INMA 총회 개최지로 프랑스 파리가 결정됐다는 안내와 함께 INMA 파리지부장이 전 세계 회원들의 많은 참여를 바란다는 당부도 이어졌다. 점심식사 후 계속된 오후 교육 프로그램에서는 일본 아사히신문의 다카시 이시오카 전자부문 국장의 고객관리 사례 발표와 아일랜드의 ‘아이리쉬 타임스(The Irish Times)’의 매브 도노반 관리국장으로부터 발행부수 및 광고 성장 전략에 대한 보고를 끝으로 공식 교육 프로그램은 모두 마무리됐다.



이후 마련된 2개의 프로그램은 INMA 총회의 또 다른 중요한 의미를 정확히 보여주는 행사였다. 그것은 다름 아닌 전 지구적 차원의 ‘신문인’들의 교류였다. 오후 7시부터 8시까지는 칵테일 파티, 8시부터 밤11시까지는 디너파티가 열렸는데 남성은 깔끔한 정장차림, 여성은 화려한 드레스 차림이었다. 디너파티에서 이뤄지는 참석자들 간의 우의와 화합은 결국 INMA 총회의 중요한 의의가 결국 사람들 간의 만남임을 보여주었다.



INMA 공식 기관지인 ‘Ideas Magazine’의 마리사 트레비노 편집장은 “아이디어는 혼자 갖고 있을 때가 아니라 공유할 때 더욱 빛이 나는 것”이라며 “한국의 회원들도 언제, 어디서든 신문 마케팅과 관련한 어떠한 아이디어가 있을 때 우리에게 알려주기 바란다”고 당부하면서 ‘아이디어 메거진’ 4-5월호 23페이지를 펼쳐 보여주었다. 그 페이지에는 한겨레신문 하수정씨가 기고한 우유 및 오렌지 쥬스를 활용한 신문 판매전략과 관련된 글이 실려 있었다.



INMA 총회의 피날레를 장식한 디너파티는 대부분의 한국인 참석자들에게 전 세계 신문인들과의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위한 외국어 구사능력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고립된 존재는 당연히 아이디어도 공유할 수 없고, 변화에 대한 고무도 받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