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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체 "골프는 최고의 홍보수단"

예산 책정·임직원에 권유도…'뇌물'이라는 인식 거의 없어
일부 기자들, 노골적 골프 요구 '문제점'

이대혁 기자  2006.04.19 13: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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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체 홍보실에서는 기자들과 골프를 치는 것을 하나의 홍보 기술로 여기며 뇌물이라는 인식은 낮았다. 심지어 기자들의 도를 넘는 골프 청탁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곳도 있었다.

기업 홍보실은 기자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골프를 선택하고 있다. 그러나 출입하는 기자가 많고 골프를 치는 기자들도 날로 늘어가는 추세여서 홍보실 임직원들은 매 주말마다 골프장을 예약하기도 벅차다고 입을 모았다.

기업체 별로 주말에 기자들을 필드에 데리고 나가는 빈도는 천차만별이다.

최근 정부부처와 공기업 등은 이해찬 전 국무총리와 청와대 비서관의 골프가 물의를 빚어 자제하고 있는 편이다. 한 정부부처 관계자는 “전에는 기자들과 많이 쳤지만 몇 차례 문제가 생기고 나서 우리 직원들도 골프를 치지 않는다”며 “지방 선거도 있어 오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가끔 치더라도 개인 비용으로 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사회가 공무원에게 투명성과 공정성을 많이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5년 동안 홍보실에서 일하면서 골프 접대를 한 적이 없다”며 “홍보 예산도 적어 어쩔 수 없다”고 밝혔다.

대기업과 금융계, 건설업체 등 홍보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곳은 사정이 다르다. 자체적으로 예산을 책정하고 임직원들에게 골프를 권유하는 실정이다. 이들은 한 달에 많게는 4주 모두(총 8일) 기자들과 골프를 치거나 적어도 2주 정도의 빈도로 골프장을 드나든다.

한 유통업체 홍보실 팀장은 “홍보실에 온지 2년 됐는데 그 때부터 골프를 치기 시작했다”며 “회사에서 레슨비까지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보실이라면 의례적으로 골프를 쳐야 한다는 인식이 기업체에서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그는 “홍보실 과장급이면 매주 골프 약속이 있다고 여겨도 된다”며 “다음달 말까지 골프 예약을 해 놓았다”고 귀띔했다.

골프를 치지 않는 또 다른 유통업 홍보실 관계자는 “출입 기자들이 경쟁업체 직원들과 골프를 치고 왔다고 말하는 등 은근히 치기를 원하는 것 같아 속상하다”며 “나도 남들 하는 것만큼 해야 한다는 생각에 최근 골프 연습장에 등록할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에게 골프는 좋은 홍보 수단일 뿐 뇌물이라는 인식은 거의 없다는 측면을 단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한 대기업 홍보실 부장은 “기자와 홍보는 밀접한 관계여서 인간적인 관계를 넓혀가는 것으로 본다면 하루 4시간 이상을 함께 할 수 있는 골프는 가장 좋은 윈윈 전략”이라며 “골프를 무조건 나쁜 것이라고 보는 것은 전근대적 사고”라고 주장했다. 그는 “내기 골프랄지 골프 후에 금품을 건네는 것은 문제지만 골프 자체는 그리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과거 룸싸롱에서 술접대를 하는 것보다 훨씬 밝아진 것 아니냐는 주장도 이러한 인식의 한 몫을 차지했다.

문제는 이러한 기업체들의 인식을 파고들어 기자 쪽에서 먼저 골프를 유도하는 것이다. 골프 경비를 기자들이 내는 경우는 없기 때문에 기업체에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한 국내 굴지의 건설업체 홍보실 관계자는 “가끔 우리 회사와 건교부 출입기자들을 데리고 가는데, 불편을 느낄 정도로 기자 쪽에서 골프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며 “그럴 경우 차일피일 미루다 기사로 불이익을 당할까봐 결국 응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