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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의미있는 '기자의 날' 만들자

후배들이 말하는 '기자의 날'

최은경 전라일보 문화부 기자  2006.03.29 12: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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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은경 전라일보 문화부 기자  
 
  ▲ 최은경 전라일보 문화부 기자  
 
“선배, 저 사표 써요.”

채 걸러내지 못한 감정의 숨들이 그제야 ‘툭 하니’ 꼭지를 털어 내는 순간이다. 애써 설명하지 않아도 읽혀지는, 후배의 어색한 입 꼬리가 그랬다.



인구 1백80만에 일간지만 무려 9개. 기자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열악한 현실이다. 게 중에는 생활고를 탓하기도 하지만 그것이 무릇 다라고 말 할 수 있을까. 적게는 3개월 많게는 6개월, 막 수습 딱지를 떼고 만인지상 ‘기자님’의 호칭을 받았을 때 까짓 얄팍한 지갑쯤이야 아무렇지도 않았다. 적어도 세상의 정의구현을 위해, 더러는 누군가 알아주지 않아도 내 안의 숨은 ‘슈퍼맨’을 찬미하며 가감 없이 펜을 들었던 때였다.



하지만 ‘곤두박질’치는 언론 환경 속에서 때론 정의 보다 비굴할 수밖에 없는 일선의 상황들을 접할 때 가슴에 품은 슈퍼맨 대신 사표를 만지작거릴 때가 적잖았다. 어느 틈 사이 선후배간의 끈끈한 동료애도 고개를 감춘 지 오래다. 먹고살기 팍팍하다 보니 후배를 챙기기도 쉽지 않은 현실이다. 허름한 선술집에서 돈 대신 시계를 풀어내고 밤 새 별을 담아 마시던 풍경도 대학가에서는 옛 말이 듯, 세상은 변했고 우리가 품었던 이상도 변했다.



때 마침 친해 볼 기회도 없이 떠났던 선배에게서 ‘기자의 날’ 제정 소식을 들었다. 군부독재와 언론검열에 반대하며 언론자유를 위해 온 몸으로 저항했던 선배들의 뜨거웠던 가슴을 감히 거론하기가 쉽지 않은 자리다. 기자라는 명함을 내 밀기에도 아직은 여물지 않은 무른 가슴이지만 이날의 바람이라면, 녹록찮은 후배의 발품을 위로하며 모처럼 서로를 다독여 줄 수 있는 따뜻한 가슴 내밀기를 부탁해 본다. 거창할 필요 있을까. 밤 새 야근한 후배에게 커피를 건네는 6초의 광고처럼 작지만 의미 있는 ‘기자의 날’이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