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저지 시청각.미디어분야 공동대책위원회(이하 미디어 공대위)는 21일 ‘시청각.미디어 개방의 쓰나미가 다가온다’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하고 정부와 방송위 등이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해 줄 것을 거듭 촉구했다.
미디어 공대위는 성명을 통해 “정부는 방송, 통신, 영화 등 시청각.미디어 분야가 21세기의 국가전략산업이라고 떠들더니, 이제 와서 왜 갑자기 외국 기업, 다국적 자본에게 내놓으려고 하고 있다”며 “방송위의 역할이 막중한 만큼 공대위를 포함한 시민사회, 학계의 의견을 수렴, 시급히 특별위원회를 구성해서라도 이 분야를 지켜내는데 온 힘을 기울여 줄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미디어 공대위는 또 “한미FTA가 자신의 목을 노리는 데도 이를 태연하게 무시하는 방송사들의 작태를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며 “대통령이 올해의 최고 현안이라고 밝힌 한미FTA에 대해조차 지금처럼 보도나 토론의 기회를 부여하지 않는 것은 용납될 수 없는 반언론, 반민주적 작태”라고 지적했다.
미디어 공대위는 이어 기자들과 PD 등 언론노동자들에 대한 당부를 통해 “시청각.미디어 분야의 계급 양극화를 원하지 않는다면, 불안한 중간 계층적 위치라도 지켜내고 싶다면 기자와 PD들이 자신에게 부여된 사회적 책무, 역사적 책임을 성실히 떠맡아야 한다”며 “한미FTA가 무엇인지, 무엇이 문제인지, 그게 무엇을 뜻하는지 제대로 발언해야 한다. 그래서 사회적 소통과 토론이, 여론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미디어 공대위는 22일 오후2시 미디액트 대강의실에서 ‘한미FTA의 논쟁, 미디어 시청각 분야의 현안과 대응전략’이란 주제로 ‘한미FTA저지 연속토론회 제1차 토론회’를 개최한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이다.
<성명>시청각.미디어 개방의 쓰나미가 다가온다
지난 3월 8일 국내 언론문화운동을 주도해 온 20여개 단체들이 한미FTA 저지 시청각․미디어 공동대책위원회 출범을 선언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우리는 한미FTA 협상의 어떠한 속임수도 방송을 포함한 시청각.미디어의 귀중한 문화적, 공공적 가치를 빼앗을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우리는 한미FTA를 가히 무모하다고 할 정도로 졸속.일방 추진하는 정부의 저열한 태도를 지적하면서, 21세기형 한미경제안보합병협약이라고 할 수 있는 한미FTA에 대한 전면적 거부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우리는 한미FTA가 보통사람들, 노동자.농민, 중산층, 중소기업을 위한 게 아닌 국내외 소수 재벌, 다국적 기업을 위한 서비스에 불과한 협약임을 정확하게 폭로했다.
우리는 미국이 협상 개시의 조건으로 내세운 스크린쿼터 축소를 받아들인 정부와 이를 강요한 미국을 규탄하면서, 민주적 공적영역이면서 자주적 삶, 문화다양성의 보루라고 할 수 있는 시청각.미디어 분야는 결단코 수호할 것임을 약속했다. 미국은 시청각.미디어 분야 개방과 관련해서, 지금까지 드러내면서 숨기는 일종의 이중 전략을 구사해 왔다. 우선 통신에 있어서는, 미무역대표부(USTR)가 의회에 통보한 소위 협상 통보문 등을 통해 노골적인 관심을 표명했다. 탈규제와 신자유주의, 방.통융합의 목소리가 높은 상황에서, 기간통산사업자의 외국인지분제한율(49%)을 풀고, 그리하여 결국 국내 통신회사를 통해 방송사를 소유코자 하는 일종의 우회 전술을 택한 것이었다. 통신시장 개방을 통한 방송 빗장풀기의 묘략이었다.
상황이 이렇게 긴박함에도 일각에서는 마치 한미FTA에서 시청각.미디어의 핵심 부문인 방송이 빠질 것처럼 낙관하는 이야기들이 흘러 다녔다. 대체 어디서 나온, 어떤 근거에 기초한 것인지 알 수 없는, 한마디로 근거 없는 유언비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도 우리는 미국이 방송을 포기하고 그래서 협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는 어떠한 정보도 갖고 있지 않다. 만약 미국이나 한국 정부가 그런 확실한 약속을 할 수 있다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으니 당장 하라! 우리는 미국이 FTA협상이 시작되면 방송을 포함한 시청각.미디어의 완전 자유화를 요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긴급하게 시청각.미디어 공대위를 결성한 것도, 스크린쿼터 때처럼 뒤통수를 맞지 않기 위해 미리 미리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며칠 전 우리는 놀라운 뉴스에 접하게 된다. 우리의 판단이 정확하게 옳았음을 너무나 일찍 확인하게 된 것이다.
<조선일보>의 워싱톤 특파원이 이런 공청회를 보고 싶다고 제목을 붙인 바로 그 공청회에 관한 것이었다. 특파원은 이 짧은 기자수첩에서 마치 공부하는 세미나 같았다…얼마 전 우리 외교통상부가 주최한 공청회가 일부 과격 단체들의 단상 점거로 무산된 것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폭력과 고성 대신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를 풀어가는 미국 정부와 이익단체들이 부러웠다. 우리가 먼저 개방해야 할 부분은 다름 아닌 공청회 문화인 것 같다라고 적었다. 그 공청회가 미 정부와 이익단체들이 한미FTA와 관련, 우리측에 요구할 내용에 관해 매우 진지하게 의견을 교환하는 장이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문제는 주미 한국대사관 경제공사까지 참석해 한미FTA가 전체적으로는 한국경제에 긍정적 효과를 줄 것이라고 진술했다는 공청회 논의의 내용이다.
이에 대해 <연합뉴스>는 이날 공청회에서 미한재계위원회와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를 대표한 리처트 홀윌 알티코 부회장은 미디어와 방송을 포함해 통신, 법률, 금융, 회계, 컴퓨터, 시청각, 속달 등 서비스전반에 걸친 철폐를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윤동영 특파원은 기사에서 특히 방송 분야의 경우 외국물 방영을 제한하는 쿼터제와 더빙 및 외국방송 광고의 재송출에 대한 제한을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한마디로 소유와 편성, 광고의 완전 개방을 요구한 것이며, 이는 이미 전국언론노동조합에서 개최한 토론회와 한미FTA 저지 시청각.미디어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 출범선언문과 공대위 정책위원회 정세분석 과정에서 정확하게 예견된 내용이었다. 이처럼 미국 재계의 목소리에 불구하다고 또다시 궤변을 늘어놓을 것인가? 신자유주의에 너무나 무지한, 자본/제국 시대의 작동코드에 너무나 무식한, 너무나 안이한 태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이제 미국이 본격적으로 시청각.미디어 완전 개방의 카드를 꺼내들었다고 평가하며, 전면적 교전이 시작되었다고 판단한다.
이제 우리는 정부와 방송위원회에게 묻는다. 우선 정부는 안방까지 내놓을지도 모를 한미FTA를 대체 언제까지 고집스럽게 추진할 것인가? 무대책의 대책을 언제까지 고수할 것인가? 방송, 통신, 영화 등 시청각.미디어 분야가 21세기의 국가전략산업이라고 떠들더니, 이제 와서 왜 갑자기 외국 기업, 다국적 자본에게 내놓으려고 하는가? 방송과 관련해서는, 무엇보다 방송위원회의 역할이 막중하다. 방송위는 방송 영역을 끝까지 지켜낼 의지와 대비책, 전략을 갖고 있는가? 국회에 출석한 방송위원회 방송위원들이 끝까지 방송을 지켜내겠다고 추상적인 답변을 한 적이 있음을 알고 있다. 방송위원회는 정부와의 조율 과정에서, 그리고 무엇보다 미국과의 본격적인 FTA 협상 과정에서 이 약속을 반드시 관철시킬 확고한 의지가 있는가? 그렇다면, 그 논리와 대책은 무엇인가? 우리는 방송위가 공식적이고 공개적으로 국민 모두에게 분명히 밝혀 줄 것을 요구한다. 아울러 우리 공대위를 포함한 시민사회, 학계의 의견을 수렴, 시급히 특별위원회를 구성해서라도 이 분야를 지켜내는데 온 힘을 기울여 줄 것을 요구한다.
방송사들에게도 경고한다. 우리는 미국이, 자본이, 한미FTA가 자신의 목을 노리는 데도 이를 태연하게 무시하는 지금의 작태를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 소유와 편성, 광고가 완전 개방되고 나서 공익을 위하는 공영방송, 문화적으로 다양한 방송문화는 살아남을 수 없다. 시장의 논리, 경쟁의 논리가 판치는 자본주의와 상업주의 천국으로 전락할 것이다. 바로 이런 파국적 상황에 직면해 있는데도, 방송3사 뉴스는 축구와 야구 이야기로 도배되다시피 한다. 정신 차리라. 공영방송은 제대로의 역할을 다 할 때 비로소 사회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 무엇을 눈치 보는가? 대통령이 올해의 최고 현안이라고 밝힌 한미FTA에 대해조차 지금처럼 보도나 토론의 기회를 부여하지 않는 것은 용납될 수 없는 반언론, 반민주적 작태임을 분명히 지적한다. 아울러 일부 신문들이 한미FTA를 기회로 신자유주의 상업화의 이데올로기를 더욱 노골적으로 유포하거나 그 틈에 기회주의적으로 방송사를 넘보지 못하도록 우리가 예의주시하고 있음을 제대로 인식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자들과 PD 등 언론 노동자들에게 당부한다.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다.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대사에 대해 계속해서 무지와 무관심으로 일관할 것인가? 냉소적 시선, 허무의 태도를 걷어치우자. 자기 내부로 스며든 신자유주의의 망령을 떨쳐내자. 방송의 개방은 과연 나/우리의 삶에 무엇을 뜻하는가? 비정규직과 실직의 양산으로 이어질 게 명확하지 않은가? 사회 양극화와 한미FTA의 순서를 한번 바꾸어보라. 그러면 한미FTA가 사회 양극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는, 보다 논리적인 상황 설명이 나올 것이다. 시청각.미디어 분야의 계급 양극화를 원하지 않는다면, 불안한 중간 계층적 위치라도 지켜내고 싶다면 기자와 PD들이 자신에게 부여된 사회적 책무, 역사적 책임을 성실히 떠맡아야 한다. 한미FTA가 무엇인지, 무엇이 문제인지, 그게 무엇을 뜻하는지 제대로 발언해야 한다. 그래서 사회적 소통과 토론이, 여론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미FTA의 쓰나미가 덮쳐오고 있다. 대비하고 또 대비해도 시간이 모자랄 위기의 시기다. 교전의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