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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에 대한 언론들의 적극보도 시급"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민족의 미래 좌우
20일 '새언론포럼' 토론회 내용 요약

김진수 기자  2006.03.21 10: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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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열린 '한미FTA...'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열띤 토론을 전개하고 있다. 김동기 기자  
 
  ▲ 20일 열린 '한미FTA...'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열띤 토론을 전개하고 있다. 김동기 기자  
 
한국과 미국간의 최대 현안인 ‘한미FTA’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가 정부에 의해 이미 졸속 추진됐거나, 현재 추진 중인 것으로 드러나 언론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사실보도에 나서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언개련, 새언론포럼, 한미FTA저지 시청각.미디어공대위가 20일 오후 2시 프레스센터 18층 외신기자클럽에서 공동 주최한 ‘한미FTA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언론이 풀어야한다’ 토론회에서 발제에 나선 이해영 한신대 교수와 이철기 동국대 교수는 ‘한미FTA’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가 민족의 미래를 좌우할 만한 중대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에게 충분히 알려지지 않은 채 진행되고 있다며 “지금부터라도 그 실상을 정확하게 국민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로 나선 김영호 언개련 공동대표, 강병태 한국일보 논설위원, 손관수 KBS 외교안보데스크, 정상모 MBC 논설위원, 양문석 EBS 정책위원, 권경애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통상연구팀장(변호사) 등도 한결같이 한미FTA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와 관련한 정부의 협상태도에 대해 비판과 의구심을 쏟아냈다. 행사를 참관했던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은 플로어에서 자신의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한미FTA 문제의 중요성과 심각성에 비해 그 내용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해 이날 발제와 토론내용을 자세히 간추린다.



한미FTA에 대한 비판적 고찰’(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



2004년까지만 해도 ‘중장기과제’로 치부되던 한미FTA가 정세의 한 복판에 자리 잡고 있다. 미국의 이른바 ‘무역촉진권한(TPA)법’이 2007년 6월 만료되기 때문에 미국의 ‘시간표’에 따라 1년 안에 협상을 마무리 짓겠다고 한다. 한미FTA는 자유‘무역’협정이라기보다, 포괄적 ‘경제통합’협정이라고 보는 것이 현실에 부합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그것이 미칠 영향은 현재로선 측정 가능한 범위를 넘어선다.



그렇다면 왜 미국은 한미FTA를 원하는 것일까.



부시 정부의 대아시아 전략의 중심이 한국이 아니라 중국이라는 것은 당연하다. 미국의 입장에선 중국이 아시아의 실질적 패권국가로 등장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그래서 미국의 대중 견제전략은 군사안보적 측면뿐만 아니라, 경제적 측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특히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 중국이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자 투자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경제 환경에서 한국내의 반미정서 나아가 노무현정부하 한미동맹구조의 균열동향 등은 사실 새로운 도전으로 인식되어 왔다. 흔히 한미 양국 공히 언급하듯 FTA는 경제협정이면서도 동시에 군사안보적 협정임에 분명하다. 따라서 한편으로 군사안보적으로 한국을 대중 견제의 전초로 삼고, 경제적으로 한국을 대중 진출의 교두보로 인입할 수 있다면 미국으로서는 매우 소망스러운 결과라 하겠다.



물론 이러한 거시 정치경제적 요인과 더불어 한미FTA 그 자체의 경제적 실익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한미FTA는 APEC과 아직도 협상이 진행 중인 전미주FTA등 초대형 프로젝트를 제외한, 양자간 FTA가운데 약 300억 달러에 달하는 가장 높은 경제적 실익을 가져다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미FTA의 득실을 따져보면 아래와 같다.



(1)대미무역 적자



미무역위에 따르면 2001년 다음 해 FTA가 체결되었다고 가정할 때, 협정체결 4년 뒤 미국의 대한 수출은 54% 즉 192억달러, 한국의 대미 수출은 21% 즉 103억달러 증가할 것이라 보고 있다. 그런데 수입은 2배 이상 증가한다. 그 결과 2002년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 98억달러였으나 FTA 체결 4년 뒤에는 9억달러로 감소하고, 이 추세가 계속될 경우 대미 무역적자국이 될 것임은 너무도 자명하다. 정부측 주장처럼 수출로 먹고 살기 때문에 FTA를 한다 하더라도, 대미 무역적자국이 되기 위해 FTA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수출만 알고 수입을 모른다면 덧셈만 알고 뺄셈을 모르는 것과 다를 바 없다.



(2)금융투기화



2004년 시가총액기준 외국인 국내주식보유는 40.1%로서 명실상부 세계최고수준이다. 또한 그 외국인투자의 구성을 보더라도 2004년 말 기준 직접투자가 21%에 불과한 데 반해 대부분 투기성이 강한 증권투자가 51%의 비중을 차지한다. 즉 한국에 대한 외국인투자시장은 직접투자는 과소한 반면, 투기적인 간접투자는 과다한 구조적 기형성을 띠고 있다.



한미간 자본이동에서 그러나 직접투자의 비중은 포트폴리오투자와 비교해 매우 미미하다. 2003년 기준 미국의 대한 포트폴리오투자는 534억달러에 달하는데 반해, 동기간 한국의 대미 포트폴리오투자는 79억달러에 약 8배의 차이가 난다. 그나마 미국의 대한 포트폴리오투자가 압도적으로 주식에 집중되어 있는 반면, 한국의 대미 포트폴리오투자는 장기채권에 집중되어 있다. 여기서 한미FTA의 성격과 관련 한가지 특기할 점은 2003년의 경우 미국의 대한투자 중 직접투자대 간접투자의 비율이 12억달러 대 534억달러 즉 간접투자와 비교한 직접투자의 비율이 약2.2%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미국의 대한 투자는 그린필드와 같은 상대적으로 건전한 투자보다는 압도적으로 주식시장에 대한 투기적 투자에 집중되어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런데 IMF이후 외국인투자자가 한국 증권시장에서 거둬들인 평가차익이 2002년말까지만 보아도 1,000억불이 훨씬 넘는 데서 알 수 있듯이, 미국의 대한 포트폴리오 투자는 이미 한국의 ‘국부유출’이라는 심각한 역기능을 초래해 왔다. 이에 반해 한국의 대미 장기채권 투자는 세계 최대의 채무국 미국경제의 안정화에 결정적으로 기여하고 있는 2조5천억 불에 달하는 막대한 대미 외국인투자의 일부를 구성하는 즉 미국경제에 순기능으로 작용한다. 바로 이러한 순기능과 역기능의 차이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2005년 말 시가총액 기준 한미 각국의 자국내 주식시장 외국인 주식보유비중을 볼 때 미국은 11% (2003년 기준)에 불과한 반면, 한국은 40%전후로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점에서 한미FTA는 가뜩이나 취약한 한국 금융시장에서 오히려 미국계 금융자본에게 날개를 달아 줄 뿐이다.



(3) 공공서비스 민영화와 사회양극화 심화



이미 언급한 것처럼 한미FTA는 특히 투자, 금융서비스를 비롯한 서비스산업 전반을 포괄한다. 그 중 공공서비스산업에 대한 ‘민영화’는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전망이다.



제2금융권을 포함 금융공공성의 포기와 공공부문 특히 의료보험을 비롯한 의료 및 교육부문의 ‘민영화’는 공공서비스의 질적 저하와 보험료인상, 사교육비 인상등 사회양극화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미FTA의 효과와 관련 흔히 언급되는 것이 제도개선, 경제구조 고도화, 글로벌 스탠다드 한마디로 구조조정효과이다. 특히 열린우리당내 노대통령 측근 의원모임인 <의정연구회>는 2004년 국정감사자료집을 통해 “무역장벽제거로……효율적 기업은 생존하여 생산규모를 확대하고 경쟁력이 취약한 기업은 도태되고, 회원국간 비교우위에 따라 산업과 기업의 재편이 발생하며, 정치적 효과도 중요하여, 소국이 대국과 FTA를 체결함으로써 정치적 안전보장 효과를 누리기도 하고, 국내의 취약한 개혁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FTA라는 외부충격 혹은 압력을 이용할 수도 있음”이라고 밝혔다.



이는 결국 외환위기 당시 IMF를 지렛대로 구조조정을 관철하였고, 이번에는 FTA를 지렛대로 구조조정하겠다는 발상에 다름 아닌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외압을 통한 구조조정이야말로 한국사회 사회양극화의 주된 원인이었다. 한미 FTA를 통해 이제 그 효과는 제조업일반을 넘어 공기업을 비롯한 서비스산업 전반에까지 확산될 것이다. 당장 고용 불안과 비정규직 확대는 불가피해 보인다.



(4) 농업공황



2001년 미국제무역위 보고서는 특히 한국의 농업부문 그 중 쌀시장 개방으로 미국농산물 수출이 최소 200%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정부측은 쌀에 대한 예외가 가능할 것이라는 말을 흘리고 있지만, 최대 수혜업종인 쌀을 제외하고 과연 미국이 협상에 응할 지는 전혀 다른 문제이다. 한미FTA가 농업부문에 미칠 영향은 가히 ‘청천벽야’수준이라 표현해도 무방할 것이다.



우리의 농업생산을 약 20조로 볼 때 최소 10%, 최대 44% 다시 말해 한 산업부문의 생산량이 최대 44% 감소되는 것은 세계경제공황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어쩌면 세계경제사의 대참극으로 기록될 지도 모를 일이다. 정규직, 비정규직등 일자리의 질은 차치하고 한미FTA의 결과 약 10만개의 새 일자리가 창출된다 하더라도, 350만 농가인구의 절반이 실직 내지 이직의 위기에 노출된다면 과연 득실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NAFTA 이후 멕시코의 경험이 보여주는 것처럼, 이 들은 대부분 새로운 도시빈민으로 유입될 것이고, 또 다른 한편으로 사파티스타 농민반란이 보여 주듯 이로 인해 극단적인 사회갈등이 유발될 지도 모를 일이다.



(5) 영화산업을 비롯한 문화산업의 위기



한국정부는 50%이상의 점유율을 자랑하는 한국영화는 스크린쿼터 없이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바로 이 점유율의 신화야 말로 허다한 착시현상을 유발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그런데 이 점유율의 신화는 80년대 이래 미국영화의 한국내 수익이 준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는 사실, 한국영화의 실제 수익률이 형편없고 겨우 세편중 한 편만이 손익분기점을 넘기며, 점유율의 대부분을 한 해 몇 편에 불과한 이른바 대박영화에 의존하고 있다는 중요한 사실을 못보게 한다. 나아가 더욱 중요한 것은 이 신화가 미국영화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약 85%인데 비해, 한국영화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고작 1.5%를 좀 넘는 수준이라는 사실을, 한국 영화가 매년 70편가량 생산되는 데 미국영화는 매일 한 편씩 상영해도 2년이 걸리는 양을 생산한다는 사실을 은폐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과 같은 대미 ‘퍼주기’외교의 결과, 만에 하나 FTA협상이 타결될 경우, 미국은 스크린쿼터 73일을 일단은 예외로 인정하겠지만 멕시코의 사례처럼 이후 완전폐지에 이를 때까지 단계적인 추가 축소 프로그램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만에 하나 한국영화가 “쿼터 축소 - 투자 감소-제작 편수 감소 - 상영일수 미달 - 쿼터 추가 축소 ...”식의 악순환의 고리에 맞물려 들어갈 때 그 결과는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다. 물론 정부측에서 행, 재정적 지원책을 언급하고 있지만, 이 또한 미국식 FTA에 내장된 각종의 독소조항 특히 내국민대우조항에 근거 오히려 미국측의 제소의 대상이 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6) 군사안보적 대미 종속의 항구화



마지막으로 한미FTA와 관련 양념처럼 제기되는 것이 한미동맹강화론이다. 1980년대 미국과 FTA를 체결한 이스라엘의 사례가 제시되기도 한다. 당연히 드는 의문은 그래서 과연 이스라엘에 평화와 번영이 찾아 왔는가. 대미 군사안보적 영구종속이 현재와 같은 중미(中美)쟁패기의 동아시아 정세에서 과연 참여정부의 구호처럼 ‘평화번영’의 시대와 통일을 앞당기는 길인지, 아니면 중미간 헤게모니 싸움을 활용 실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한국의 총외교노선으로 적합한 것인지 국제정치적 색맹이 아니라면 답하기 어렵지 않을 게다.



엄밀히 말해 한미FTA가 한국사회에 미칠 충격은 사실 계량화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미 제출된 그 효과분석만을 놓고 보더라도, 한미FTA는 ‘경향적으로’ 무역수지적자, 금융투기화와 종속, 공공부문의 민영화와 질적 저하, 농업공황, 영화를 비롯한 문화산업위기, 대미 군사안보 종속의 항구화 등의 전망을 가능케 한다. 아울러 일정한 경제적 효과가 있다 하더라도 그 편익이 배타적으로 4대 재벌에 집중될 것이라는 점에서 사회양극화는 명실공히 한국사회 모든 부문으로 확산될 것이다.



사실상 협상의 포기에 다름 아닌 스크린쿼터문제의 처리와 관련 현재 한국정부가 보인 졸속성, 국민다수의 합의는 고사하고 이해당사자의 최소 동의조차도 부재하다는 점, 나아가 현재 발의중인 <통상절차법>, <무역조정지원법>등 최소한의 안전판조차도 불비하다는 점, 미국내법상의 시간표와 2007년 12월 대선을 앞둔 정권말기라는 한국 측 정치일정 여러 정책환경은 이러한 우려가 현실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 모든 것을 고려해 볼 때, 현재의 한미FTA는 원점에서부터 재고되어야 하며, 아울러 포괄적인 그리고 새로운 통상전략의 바탕에서 재배치되는 것이 옳다. 또한 통상 관련 제도정비와 통상절차법, 무역조정지원법등 통상관련 양대 신입법과 같은 안전판 정비는 이것의 필수조건이다.



우리 사회를 통합이 아니라 해체의 벼랑으로 내 몰아갈 그런 미국식 스탠다드에 입각한 한미FTA는 분명 우리의 길이 아니다. ‘시간이 없다, 일단 하고 보자’는 식의 FTA와 통상정책은 우리 모두에게 재앙이 될 뿐이다.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경제협정을 최대 졸속으로 처리하고자 하기에 더욱 그렇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수용’의 문제점과 위험성(이철기 동국대 국제관계학부 교수)



우리 정부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수용한 것은 한미동맹관계가 지금과는 전혀 다른 본질적인 전환을 가져올 수 있고, 또 한국전쟁 이래로 우리 안보정책에서 가장 큰 변화를 의미할 수 있는 중차대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사회와 언론의 반응은 그저 무덤덤하다. 언론들은 이 문제에 대해 심층적인 보도와 분석을 무시했고, 방송의 그 많은 토론프로 가운데 어느 한 프로에서도 이 문제를 주제로 다루지 않았다.



지난 1월 20일 새벽에 워싱턴으로부터 날아온 뉴스는 한마디로 충격적이었다. 워싱턴에서 열린 제1차 장관급 ‘전략대화’에서, 한미간 외교안보분야의 최대현안이었던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우리 정부가 전격적으로 수용한 것이다.



‘전략대화’ 직후 발표된 <공동성명>의 내용은 눈을 의심케할 정도다. 마치 외교안보분야의 ‘대미항복문서’를 보는 듯하다. 미국에 ‘백기투항’한 것이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받아들인 것은 물론이고, 그동안 미국이 한국에 요구해왔던 것들을 모두 망라해서 합의해주고 있다. 미국이 군사적 침략과 패권추구의 구실로 삼고 있는 ‘테러와의 전쟁’에의 협력 강화를 비롯해, 부시 2기에서 새로운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는 ‘자유의 확산’에의 협력, 사실상 북한을 겨냥한 ‘대량파괴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의 적극적인 참여를 약속하고 있다.



협상책임자들의 무능과 무책임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이 보여주고 있는 형태는 미래에 대한 비전 부족과 정세분석에 대한 통찰력 결여, 그리고 맹목적인 미국 추종과 무능, 국민에 대한 기만이다. 더구나 이들은 노무현 대통령보다도 미국에 더 코드를 맞추고 있는 듯하다. 이라크 파병과 용산기지 이전협상에서 보여준 협상태도의 재판이다.



이제 미국이 한국에서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는 방법은 간단해졌다. 한반도에서 전쟁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강경하게만 나가면, 한국정부가 알아서 길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강경파와 온건파들은 적절한 역할분담을 통해 한국정부를 어르면서 가지고 놀고 있다. 한국은 미국의 영원한 봉처럼 보인다. 게다가 이번에는 미국의 요구를 수용해주고 비위를 맞춰주면 미국이 유엔 사무총장이라도 시켜줄 것이라는 반기문 외교부장관의 착각도 한 몫을 했는지 모른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수용이 당장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정세에 몰고 올 부정적 파장이 걱정이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란 주한미군이 지금처럼 한국에 붙박이처럼 고정배치되어 한반도의 군사적 상황에만 대처하는 것이 아니라 한반도 밖에서의 다양한 군사적 목적에 유연성을 가지고 대처한다는 개념이다. 이제 주한미군의 역할은 대북 전쟁억제력의 역할보다는 미국의 동북아 및 세계전략 차원에서의 역할로 변함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주한미군은 ‘테러와의 전쟁’ 등의 명분아래 전 세계 곳곳에서 행해지고 있는 미국의 군사적 침략에 동원될 것이다. 특히 미국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추진하는 주요한 배경은 중국에 대한 군사적 행동을 염두에 둔 것이다. 다시 말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의 일차적 목표가 중국이다. 대만해협에서 중국과 대만간에 군사적 충돌이 벌어지는 경우 주한미군의 출동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이처럼 주한미군은 중국견제가 주목적인 아시아 지역군으로 개편되고 있고, 주한미군기지는 중국봉쇄를 위한 전진기지로 바뀌고 있다. 미국이 2사단 감축에 따른 공백을 메우기 위한다는 명분으로 한반도에 추가 배치하려는 110억달러의 무기도 실은 대부분 패트리어트 미사일과 같은 미사일방어(MD)용과 대중국용 정보수집 장비들이다. 미국은 오산공군기지내 패트리어트 PAC-3를 증강 배치하는 것은 물론 군산과 광주에도 PAC-3를 배치하고 있는데, 한반도를 종으로 PAC-3를 배치하고 있는 것은 중국을 겨냥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한편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수용은 단지 주한미군의 역할 변화 뿐만 아니라, 한미동맹의 성격이 근본적으로 변하는 것을 의미한다. 주한미군의 역할 변화와 한미동맹의 성격 변화는 동전의 양면이기 때문이다. ‘주한미군의 지역기동군화’와 ‘한미동맹의 지역동맹화’가 그것이다. 이는 한미동맹이란 미명아래 한반도 밖에서 행해지는 미국의 군사작전과 군사적 필요에 우리군이 동원될 수 있음을 뜻한다. 미국이 치르는 침략전쟁마다 따라 다녀야 할 판이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수용을 비롯해 이러한 한미동맹의 성격 변화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위반한 것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은 ‘조약의 발동사유(casus foederis)’를 “외부로부터의 무력공격에 의하여 위협을 받는” 경우로 규정하고 있으며, 지리적 범위도 조약당사국의 “행정 지배 하에 있는 영토”로 사실상 한정하고 있다. 원래 한미동맹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이 규정한 목적상, 이처럼 한반도에 한정된 ‘방어동맹’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수용은 주한미군의 한국 주둔 목적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한미동맹이 한반도에 한정된 ‘방어동맹’에 머물지 않고 적용지역과 역할의 확대를 통해, 중국에 대한 견제와 봉쇄를 염두에 둔 ‘지역동맹’과 미국의 군사적 패권에 기여하는 ‘패권동맹’ 내지 ‘침략동맹’으로 변화를 의미한다. 따라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을 개정해야 하고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무효다.



이 같은 변화는 한국의 입장에서는 중국과의 군사적 대결과 안보환경의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다. 대만해협에서의 군사적 충돌에 한국군이 동원되어 중국과 전쟁을 치러야 할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안보환경의 악화를 의미한다. 이렇게 되면 한반도 평화와 통일은 물 건너간 것이나 마찬가지다.



일각에서는 한미동맹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받아들이는 것이 불가피하고, 또 그렇지 않을 경우 주한미군이 철수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국이 미국의 말을 안 들어주면 정말 주한미군이 철수할까. 이 잘못한 신화에 대해 이제는 합리적으로 생각해 봐야 한다.



전국에 산재해 있는 1백5개 주한미군기지들을 포기하고 주한미군이 철수한다는 것인가. 연간 7억달러의 직접분담금을 별 군말 없이 내주고, 30억달러에 달하는 직간접분담금을 부담하는 한국을 그렇게 쉽게 포기할 수 있다는 것인지. 한국이 수십억달러를 들여 최첨단 기지로 새로 지어주는 단일미군기지로는 세계 최대이며 대중국전진기지 역할을 할 평택미군기지를 포기하고, 또 중국을 겨냥해 미사일방어(MD)용으로 오산과 광주 등 서해안에 배치하고 있는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거둬 가지고 나갈까.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지니는 가장 큰 위험성은 미국의 패권전략틀에 공고히 편입된다는 점이다. 미일동맹을 주축으로 하고 한미동맹을 보조축으로 해서 중국을 견제하고 봉쇄한다는 미국의 세계전략과 동북아정책은 동북아에 대립과 편가르기를 강요하고, 신냉전질서를 가져오게 하는 단초가 될 것이다. 동북아에 대립과 갈등의 질서가 지속된다면, 한반도 평화와 통일은 요원해지고 남북 분단은 고착화될 것이다.



<토론자 발언 요약>



김영호 언개련 공동대표=기본적으로 한국은 가족농이고 미국은 초국적 대기업농이다. 한미FTA가 가져다 줄 상황을 농민은 물론이고, 국민들은 까맣게 모르고 있다. 전국의 농민들이 도시 빈민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강병태 한국일보 논설위원=진보세력이 노무현 정부의 무능이나 위선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는 이유가 궁금하다. 진보세력들이 노무현 정부의 딜레마를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은 아닌지 모르겠다. 정부의 태도가 위선적이거나, 일관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이들이 진지한 비판을 하기 보다는 침묵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손관수 KBS 보도국 외교안보데스크=우리정부가 어쩔 줄 몰라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협상의 기본원칙을 지켜가고 있는지 우려스럽다. 언론의 사명은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어느 한쪽을 지지하는 것이라기보다는 그런 문제가 자유롭게 논의될 수 있는 담론의 장을 제공하는 것이다.



정상모 MBC 논설위원=한미FTA가 먹고사는 문제라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는 죽고사는 문제다. 결국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는 전쟁을 막는 기능이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게 한다. 지금의 한미동맹은 과거의 한미동맹과 다르다. 오히려 나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본다.



양문석 EBS 정책위원=일부에서 한미FTA 미디어 협상 영역에 방송이 빠질 것이란 추측을 내놓고 있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다. ‘효순 미선 사건’에서 알 수 있듯 반미의식의 확산은 방송과 인터넷이 주도했다. 따라서 언론장악이란 측면에서도 미국은 방송 쪽에 관심이 클 수밖에 없다. 이제는 토론의 영역에서 저항의 영역, 합법의 영역에서 비합법의 영역으로 행동을 옮겨야 한다.



권경애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통상연구팀장(변호사)=미국은 중국의 성장을 가장 두려워 하고 있다. 한미FTA 협상은 절차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졸속으로 진행되고 있다. ‘통상절차법’도 국회에 계류 중이다. 한미FTA가 타결되면 한국은 외국자본의 투기장이 될 것이며, 양극화는 심해질 것이다. 한미FTA를 몇 년 미루는 것만이 최선의 선택이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너무 반대 일색으로 토론자가 구성된 것 같다. 내 임기 내 협상을 체결하겠다고 선언한 노무현 대통령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이 재앙을 막는 길은 무엇인가? 결국 대통령의 생각을 바꾸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요약.정리=김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