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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기자상 취재 후기-함께 넘자 양극화

박주희 한겨레 교육팀 기자  2006.03.20 12:4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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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사람들이 오래 산다’는 속설을 이론과 현장을 조합해 신문기사로 증명해 보이자, 사람들의 반응은 대체로 두 가지로 나눠졌다.



한 무리는 “있는 놈들이 잘 먹고 편하게 사는데 오래 사는 거 당연한 거 아니냐? 억울하면 강남으로 이사 가야지”라고 했다. 또 한 무리는 “사는 지역에 따라 수명이 그렇게 차이가 나는 줄 몰랐는데 너무 열받는다. 뭔가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



‘속상하고 열받기’는 마찬가지였겠지만, ‘가난한 사람이 오래 못사는 건 순전히 개인탓’이라고 ‘자책’하는 전자 쪽 반응이 의외로 많았다. 한겨레 특별취재팀은 ‘잘 사는 사람이 가난한 사람보다 더 건강하게 오래 사는 사회’를 과연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손놓고 있어도 좋을지에 대해 범사회적으로 물음을 던지고 싶었다.



다행히 기사를 읽은 독자들과 시민·사회단체, 정부와 정치권 등에서 ‘건강불평등’ 문제에 적극적인 관심을 내보였고, 이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번 취재는 ‘공부하는 기자’에서 시작됐다. 특별취재팀을 이끈 사회정책팀 이창곤 기자가 2003년부터 2년에 걸쳐 영국 버밍엄대에서 사회정책을 전공하면서 ‘건강불평등’ 해소를 위한 영국 정부의 사회복지 정책과 시민사회의 노력에 주목했다. 지난해 한겨레로 돌아와 이미 우리 사회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나기 시작한 건강불평등 문제를 적극적으로 다뤄보기로 했다. 한겨레 사내 기획기사 응모에서 이 기자가 낸 ‘함께넘자, 양극화’라는 연중 기획안이 최고 기획감으로 뽑혔고, 그 첫 주제로 건강불평등 문제를 파고 들었다. 지난해 11월 이 기자와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당시 사회부 기동팀에 있던 내가 결합해 특별취재팀을 꾸렸다. 한국형평성학회에서 그동안 쌓아온 연구 뼈대에 취재를 통해 살을 채워나갔다. 우리 기획에 필요한 연구를 학회 쪽에 맡겨서 새로운 데이터를 뽑아내기도 했다.



이 기자가 기획의 큰 틀을 짜고 김 기자와 함께 전문가 그룹을 엮어 숫자로 드러나는 우리사회의 건강불평등 문제를 알기 쉽게 풀어주려고 애썼다. 나는 현장취재를 맡아 구석구석에서 건강 불평등 사례들을 끄집어냈다. 기사에 이름이 올라있지는 않지만, 현장취재에는 2005년 새로 들어온 한겨레 수습 기자들도 한 몫을 했다. 기획 기사를 마무리하면서 한겨레신문사와 한국건강형평성학회가 주최한 ‘건강형평성 토론회’에는 준비한 자리가 비좁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참석해 토론을 벌였다. 기사를 통해 ‘건강불평등, 건강형평성’이라는 중요하지만 낯선 개념에 대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새롭게 알고 고민하게 된 계기를 마련한 셈이다. 욕심을 내자면, 한겨레의 이번 연중기획이 반드시 넘어야 할 ‘양극화’라는 산을 함께 넘는 걸음들에 힘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