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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기자상 취재 후기-내가 당원이라고?

열린 우리당 당원조작 실태 최초보도

MBC 박범수 기자  2006.03.20 10:3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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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에게 있어 제보는 제 1의 양식이다. 주변에 있는 동료기자들의 눈빛을 한번 살펴보자. 열에 아홉은 늘 굶주려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먹을거리-제보가 늘 부족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말. 내 눈빛도 그랬다. 방송날은 다가오는데 아이템이 없었다. 겪어본 사람은 안다. 그냥 피가 마르는게 아니라 표정과 안색이 시시각각 달라진다. 밥을 먹어도 먹는게 아니고 잠을 자도 자는게 아니다.



그러던 중 한 통의 편지가 배달됐다. 발신자가 표시안된 제보편지. 굶주린 마음에 봉투를 열어보니 '열린우리당 유령당원 명단'이었다. "서울 관악구 봉천본동에 사는 65세 이상의 노인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열린우리당 당원으로 가입됐다"는 것이다. 게다가 "역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노인교통수당이 지급되는 통장에서 매달 몇 천원씩 당비가 빠져나가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아이템 고민이 한 순간에 사라졌고 얼굴에는 다시 혈색이 돌았다. 그러나 취재가 진행되면서 다시 혈압이 오르는 경험을 해야했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유령당원 사건이 아니라 노인들의 정치적 선택권을 무시한 민주주의의 유린이었기 때문이다. 어떤 노인들은 "억울하고 분하다"고 했다. 어떤 노인들은 "그냥 사는게 그렇지"라며 체념하기도 했다. 대부분 임대아파트에 사는 가난한 노인들이었다. 돈이 없고 세상 물정에 어두우면 그냥 당하고 살아야 하는가?



방송이후 야당에서도 같은 행태가 있었다는 제보가 잇따랐다. 여야를 막론하고, 어쩌면 우리 정치권에 "유령당원"이라는 이름의 유령이 아직도 떠돌고 있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