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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이상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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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 걸려오는 윗분들의 소환 전화를 받으며 과연 기사에서 피고발자의 이름을 빼줘야 할까 말까, 남들이 다 좋아하는 정치부 지망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야할까 말까….
기자생활은 크고 작은 갈등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고민 뿐, 나의 선택은 늘상 비껴만 갔다. 그 대가는 냉혹했다. 줄 소송에 왕따. 선배들에겐 부담스런 후배, 후배들에겐 튀는 선배가 되었다. 하지만 어쩌랴! 알면서도 어찌할 수 없는 삶의 경향을. 전전반측하다 날이 새고 또 10년 세월이 지나고 말았다.
X파일을 둘러싼 지난 1년여의 시간을 ‘역외자’로 지냈다. 문밖에는 쏟아지는 억측과 비난. 온실에 머무르고 싶은 생존 욕구를 억누르며 매번 운명의 문을 열어야만 했다. ‘다름’이 용납되지 않는 순혈의 사회. 그 이유로 언론에 거명될 때마다, 대중 앞에 옷 벗고 선 차력사의 고통을 느껴야만했다.
아직 끝나지 않은 보도와 진행 중인 소송. 모든 것이 미완성인데 큰상을 받으란다. 문 밖에는 이미 또 다른 갈등이 노크하고 있는데….
선택의 순간마다 채찍이 되어준 말이다. 미국 언론의 사표, 월터 크롱카이트가 지난 98년 3월 워싱턴의 ‘National Press Club’ 창립 90주년 기념식장에서 행한 연설을 옮긴다. “두렵다. 기자는 무엇이란 말인가?”
먼저 자신에게 떳떳하라. 머리로 기억하지 말고 가슴으로 느껴라. 기자가 되기 위해서는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인기 없는 스토리를 보도하면서 당신 이웃의 잘못을 지적할 수 있는 용기, 사실 보도를 하면서도 온갖 비난을 감내할 수 있는 용기, 동료들의 잘못을 과감하게 지적할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한다.
우리 언론은 흔히 떼거리로 몰려다니며 취재한다는 말을 듣는다. 만약 그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 취재를 하면 동료들의 비판을 받거나 비웃음을 산다. 하지만 하고 있는 일이 옳다고 생각되면 용기를 갖고 밀어붙일 줄 아는 기자가 돼야한다.
그리고 그 무리들과 다른 시각으로 보도하는 것을 두려워해서도 안된다. 또 만약 경영진이나 당신의 부장이 틀렸을 경우, 그들에게 올바른 소리를 할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당신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상사에게 바른 소리를 하는 건 쉽지 않다.
그러나 만약 당신이 어떤 이슈에 대해 당신의 시각이 다르다고 밝히지 않는다면, 당신의 ‘정직성(integrity)’은 깨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리고 언론사 입문 당시 가졌던 기자로서의 마음가짐도 잃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