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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일보 박서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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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없이 영광스럽다. 내가 과연 이렇게 큰상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생각하면 부끄럽기만 하다. 동료 선후배들로부터 쏟아지는 격려와 축하도 혼자서 독차지하기에 벅차다. 여러모로 분에 넘치지만 더욱 더 열심히 하라는 뜻으로 여기며 감사히 받고 싶다. ‘로드 킬’ 취재에 매달렸던 지난 여름은 10여 년 간의 사진기자 생활 중 가장 힘든 시간이었다. 결과에 대한 압박감에 잠 못 이뤄야 했고 취재 막바지에 이르러서는 체력도 바닥났다. 다행히 좋은 결과를 얻어 기쁘다. 끝까지 용기를 북돋워 준 한국일보 사진부원과 두 달간 함께 밤을 지샌 여섯 분의 배차실 직원들께도 감사드리고 싶다. 무엇보다 사고에 대한 걱정으로 밤잠을 설쳤을 아내와 수상의 영광을 함께 하고 싶다.
우연한 기회에 도로 위에서 죽어가고 있는 야생동물의 숫자가 엄청나다는 사실을 접했다. 충격적이었다. 곧바로 ‘로드 킬’의 실태를 사진으로 담아보기로 마음먹었다. 6월 중순 경, 밤부터 동 틀 때까지 중앙고속도로를 뒤지기 시작했다. 통계상 사고가 가장 많은 남원주~홍천 구간을 시속 20Km의 속도로 이동하며 살폈다. 아찔한 순간을 넘겨가며 목격한 ‘로드 킬’의 실태는 상상 이상이었다. 이 구간에서만 하루 밤에 수 십 마리의 동물들이 죽어갔다. 해마다 1~2천 마리에 이른다는 도로공사의 ‘로드 킬’ 통계는 참혹한 실상을 감추려는 속임수에 더 가까워 보였다.
눈을 부릅뜨고 밤을 달렸지만 단 한 컷도 못 찍는 날이 더 많았다.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초조해지기도 했다. 오늘은 제발…, 매일 밤 기도하는 마음으로 취재를 시작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야생동물을 촬영하는 일은 애초부터 쉽지 않았다. 며칠 밤을 새워 겨우 찍은 사진이 엉망이었을 때는 견디기 힘든 허탈감에 시달리기도 했다. 다행히 사고 없이 취재를 마쳤고 보도 후에는 많은 독자들로부터 관심과 격려가 이어져 기뻤다.
벌써 반년이 지났지만 눈을 부릅뜨고 지샜던 전쟁 같은 밤들이 아직도 생생하다. ‘깜박깜박’ 졸음을 부르던 비상등의 규칙적인 소음도 아직 귀에 익다. 야생동물들도 매일 밤 목숨 건 횡단을 계속하고 있다. 안타깝다. 이제 곧 봄이다. ‘로드 킬’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계절이다. 장맛비로 씻겨 내리기 전까지 고속도로가 야생동물의 피로 얼룩지는 공포의 계절이 또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