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제37회 한국기자상 심사평

3년째 대상 수상작 없어 아쉬움

박영규 심사위원장  2006.02.15 10:44:02

기사프린트




  박영규 심사위원장·연합뉴스 논설위원  
 
  ▲ 박영규 심사위원장·연합뉴스 논설위원  
 
중앙 ‘루게릭’ 독특한 형식과 감동적 내용 돋보인 수작

부산 ‘최우수 졸업자’ 지방대학 차별화 실태 보도 호평



해를 거듭하며 사회의 어둡고 감춰진 부분을 드러내는 탐사보도나 기획보도가 늘어나고 있다. 양 뿐 아니라 질적으로도 향상되고 있다. 이런 결과물들을 통해 일선 기자들의 바쁜 일상과 열정이 읽힌다. 한국기자상 심사는 기자들의 열과 성이 담긴 작품 가운데 매달 우수작으로 뽑힌 작품 등을 모아놓고 다시 선별하는 작업이다. 이 중에서 우열을 가려내기란 정말 어려울 수밖에 없다.



역시 제37회 한국기자상 후보작 중에서 수상작을 가려내기도 만만치 않았다. 93건의 출품작 가운데 평균 8.0이상을 얻어 2차 심사에 오른 작품이 60건인 것을 보면 알 만하다. 최종 심사에 오른 작품은 23건. 이들을 대상으로 열띤 토론을 벌인 끝에 본상 수상작을 결정했다. 4개 부문에서 7건의 본상 수상작을 결정했으나 아쉽게 영예의 대상은 나오지 않았다. 대상이 선정되지 않은 것은 2003년부터 3년째다. 본상 외의 특별상은 심사위원의 추천과 동의, 투표를 거쳐 결정했다.



취재보도부문에서는 2개의 수상작이 나왔다. MBC의 ‘철도청 유전개발사업 의혹’은 철도청의 방만한 투자와 예산낭비, 그리고 유전개발 사업 등과 관련해 정치권 핵심 인사의 개입 의혹 등을 종합 취재했다는 점에서, 또 첫 보도의 내용이 수사진전 이후와 거의 일치한다는 점에서 충실한 보도란 평가를 받았다. 조선일보의 ‘국가기관의 유력 인사 상대 조직적 불법도청’은 정권차원의 도청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준 것으로 MBC가 취재하고도 보도하지 못한 것을 첫 보도함으로써 X파일보도의 촉매제 역할과 불법도청 문제를 공론화하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점을 인정받았다. 다만 불법도청 자체의 문제를 파헤치는 데는 미흡했다는 평도 따랐다.



기획보도부문에서는 신문통신과 방송부문에서 각각 한편의 수상작을 냈다. 중앙일보의 ‘루게릭 눈으로 쓰다’는 내용도 감동적이려니와 독특한 문장과 편집이 실험적이면서도 돋보인다는 칭찬을 들었다. 이런 형식의 내러티브 저널리즘은 영상을 보듯 실감나는 메시지를 전달해 인쇄매체의 한계를 극복한 시도로 평가된다. YTN의 ‘망언가의 실체’(총3편)는 기자의 의욕과 노력이 돋보인 작품으로 과거사문제를 새로운 각도에서 접근하고 내용도 좋다는 평을 받았다. 특히 아소 다로 일본 외상의 증조부가 아소탄광을 창업하고 부친이 대를 이어 조선인 강제연행 및 노역에 관련된 사실을 밝혀낸 점이 돋보였다. 비록 탈락됐지만 매일경제의 ‘서울 사람들 이렇게 움직인다’는 재미없는 통계분석을 재미있는 기사로 만든 참신성과 독창적 아이디어가 돋보인다는 평을 받았다.



지역기획보도부문에서도 신문통신과 방송부문에서 각각 한편의 수상작을 냈다. 부산일보의 ‘지역대학 최우수졸업자 뭐하나’는 국내 제2도시의 대학 최우수졸업자이면서도 취업이 어려운 지방대 차별화 실태를 실증적으로 보도해 호평을 받았다. 대구MBC의 ‘도로공화국’은 공공연한 사실이지만 예산남용 실태를 구체적으로 파헤친 점을 인정받았다. 특히 예산을 확보하려는 지방자치단체와 선거용 치적 쌓기에 급급한 정치인, 공사를 따내려는 건설업계의 사슬 관계를 잘 부각시켰다.



전문보도부문 수상작인 한국일보의 ‘로드킬…고속도로가 야생동물의 무덤으로(사진)’는 기사나 단편 사진으로 실상이 알려지긴 했으나 고속도로를 건너다 깔려 죽는 동물의 모습을 생생하고 다양하게 포착한 기획과 노력이 돋보였다. 불법도청 X파일 녹취록 취재로 특별상을 받은 MBC 이상호 기자는 비록 사정상 보도가 불발되는 불운을 겪었으나 본인의 의지와는 무관하므로 취재노력만큼은 높이 사야 한다는 데 대부분 심사의원이 동의했다. 법적 미비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기자를 불구속 기소한 것은 언론자유 침해 행위이므로 기자의 권익옹호나 언론자유 신장 차원에서 특별상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따랐다.



이번 한국기자상에서 수상작에 오르진 못했으나 수준 높은 작품들이 적지 않았음을 부언하면서 사회 감시자로서 기자들의 역할이 한국기자상을 통해 유감없이 발현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