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
▲ 이상기 회장 |
|
| |
회원 여러분. 지난 4년간 여러분 성원 속에 임기를 마치게 돼서 더할 나위 없이 반갑고 고맙습니다. 대한민국 기자사회의 ‘상머슴’을 자처하며 한국기자협회장을 맡았으나 돌이켜 보면 아쉽고 부끄러운 점도 하나 둘이 아닙니다.
취재 편집 등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고 수렴하는 데 게으르지는 않았는지? 갈수록 어려워지는 기자들의 근무환경 개선에 앞장서 왔는지? 협회 운영에 회원들의 바람은 충실히 반영했는지...
다시 한번 저의 부족함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2002년 1월부터 2년간의 임기와 여러분께서 보내주신 지지에 힘입어 연임하면서 제가 기협 회장으로서 가장 염두에 둔 것은‘통합과 균형’이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갈등양상을 보이고 있는 기자사회가 더 이상 분열돼서는 국민들의 신뢰를 잃을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가령 진보와 보수 사이의 스펙트럼이 1에서 9까지로 하고 5를 중도라고 하면 저는 4정도의 스탠스를 유지하려고 애썼습니다. 진보적인 논조를 펴고 있는 한겨레 출신인 저는 2내지 3정도를 의식할 때가 종종 있지만 그럴 경우 8이나 9에 있는 기자들과는 괴리를 메울 길이 없어 보였던 겁니다. 중립과 균형을 잡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후회는 없습니다. 제가 취임 직후부터 지역신문의 소생을 위해 동분서주한 것도 바로 언론계의‘균형발전’이 무척 중요한 일이라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저는 기자직은 본래가 고독한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들한테는 오직‘진실’과‘공정’만이 우리가 바쳐야 할 가치입니다. 누구누구 편들기에 나서면 이미 기자로서 존재이유와 가치를 상실하는 게 또한 우리 직업의 엄중함입니다.
지난 4년 되돌아보면, 회원 여러분의 참여와 성원은 저로 하여금 늘 분발하도록 격려해 주었습니다. 특히 2004년 2월 하순 당시 국회에 계류 중이던‘지역신문지원특별법’입법을 위해 단 하루만에 전국에서 1500여 회원들이 서명에 참여한 것은 우리들의 단합된 힘의 소중함을 제게 일깨워주었습니다.
때론 시대와 맞서며, 때론 시대와 호흡하며 시대정신을 만들어 가는 기자들은 항상 열려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고도의 지식정보사회에서 재교육, 재충전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애초 5명에 머물던 해외연수는 현재 17명으로 늘어났습니다. 국방대학교와 서강대 연수프로그램도 추가됐지만 이런 기회는 더욱 늘어야 합니다. 수준 높은 기사가 아니고서는 국민들로부터 외면 받기 십상입니다.
우리 기자들의 시선이 나라 밖 멀리까지 닿았으면 하는 게 저의 간절한 소망입니다. 지구촌 구석구석 한민족이 살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4번에 걸친 재외동포기자대회와 3차례 열린 아시아기자대회가 행사로 그치지 않고 우리 기자들의 해외 취재 네트워크로 활용돼야 그들과의 연대도 더욱 깊어질 것입니다.
기자는 기사로 말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들 기자들의 모임인 기자협회는 바로 상식과 양식에 바탕을 둔 기자들이 마음놓고 기사를 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무척 중요하다고 봅니다. 따라서 저널리즘과 저널리스트의 미래가 기자협회의 가장 중요한 고민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해 왔습니다. 지난 10월 이후 모두 15차례에 걸쳐 저널리즘의 현안에 대해 심도 있는 분석과 대안을 나름대로 제시하고 있는‘JAK 1030 콜로키엄’이 발족한 까닭입니다.
저는 회원 여러분께 특별히 감사를 드려야 할 일이 있습니다. 2003년 봄 이후 평양과학기술대학 설립기금 마련에 지금까지 1천여 회원께서 6천여만원을 모금해 주었습니다. 훗날 통일의 그 날 한국기자협회의 자부심이 틀림없이 될 겁니다.
기자 한사람 한사람이 기자사회를 대표하면서 국민들께 진실보도와 공정보도로 봉사하는 대한민국 기자! 이것이 우리의 자부심이고 꿈이기를 다짐합니다. 기자들은 자신이 속한 회사에서 급여를 받지만 결코 그 회사의 이익을 대변하는 회사원이 아닙니다. 대한민국 기자로서 인권 평화 진리 휴머니즘 등 인류 보편적인 가치를 구현하는 것은 온전히 우리 기자들 몫입니다.
동시대의 언론인으로서 타사기자와는 한편으로는 경쟁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상생하는 정신을 유감 없이 발휘해주시기 바랍니다. 신문과 방송이, 서울사와 지방사가 양분될 이유가 없습니다. 이념이나‘네편 내편’이 운위될 이유도 없습니다. 지역과 매체 특성을 간직한 채 상호보완적으로 기능할 때 국민들의 신뢰는 높아지고 저널리즘 미래는 밝을 것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이제 저는 새해부터 한겨레 지면을 통해 여러분께 인사드리겠습니다.
그동안 아낌없이 격려를 보내주신 여러분께 다시 한번 감사 드립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2005년 세모 한국기자협회 상머슴 이상기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