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7년 삼성의 불법대선자금 제공 의혹을 폭로,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켰던 ‘X-파일’ 검찰수사가 사건 핵심당사자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홍석현 전 주미대사에 대해 무혐의처리하고 이를 취재·보도한 MBC 이상호 기자와 월간조선 김연광 편집장에 대해서만 불구속 기소 처리하기로 함에 따라 형평성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검찰 수사결과발표 직후 한국기자협회를 비롯 MBC기자회와 노조, 민언련 등 언론유관시민사회단체들은 각각 반박 성명서를 내고 형평성을 잃은 검찰 수사결과에 대해 강력히 비판하고 나섰다.
서울중앙지검 도청수사팀은 14일 62명의 수사 인력 투입과 전직 안기부․국정원장 등 30여명의 출국금지, 전화국 7곳과 국정원 전 직원 주거지 등 25곳의 압수수색, 건국 이래 최초 국정원 압수수색 등의 메머드급 수사가 진행됐던 ‘X-파일’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이날 검찰 발표는 대선자금 제공의혹을 받고 있는 핵심 당사자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홍석현 전 주미대사 대해 ‘혐의를 인정할 증거가 없는데다 고발내용이 사실이더라도 뇌물죄의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대상이 될 수 없다’고 무혐의 처리해, 통비법 위반혐의로 불구속 기소한 MBC 이상호 기자와 월간조선 김연광 편집장과의 형평성 논란을 야기시켰다.
한국기자협회(회장 이상기)는 검찰수사결과 발표가 있은 직후인 15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 불법 대선자금 관련자 및 이른바 ‘떡값 검사’들에 대해 어떠한 증거도 찾지 못했다는 데 대해, 검찰의 수사의지 더 나아가 수사능력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실체적 진실을 위해 기자정신을 아낌없이 발휘한 기자들만 기소하고 정작 사회적 비리행위를 벌인 당사자들은 무혐의 처분을 내림으로써 검찰 스스로 존재이유를 포기하지 않았나 하는 안타까움마저 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14일 MBC기자회는 ‘스스로 무능함을 드러낸 검찰’이란 제목으로 성명서를 내고 “문제의 본질을 흐리면서 삼성에는 면죄부를 주고 진실 보도를 추구하는 기자의 입에는 재갈을 물리려는 이런 행동은 검찰 스스로의 무능함을 온 천하에 드러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MBC 노조도 “실체는 없고 껍데기만 있는 이번 검찰 수사결과를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X파일의 실체적 내용에 대해 엄격히 다시 수사할 것”을 검찰에 촉구하고 나섰다.
공대위와 전국언론노조도 검찰수사결과를 비판하는 성명서를 내고 국회에서 특검법과 특별법 제정을 통해 조속히 진실규명에 앞장설 것을 요구했다. 또 19일 오전 안국동 느티나무카페에서 열린 ‘X파일 공대위’ 기자회견에서는 신속한 특검법 제정과 MBC의 X파일 내용 공개를 촉구했다.
한편 이날 통비법 위반혐의로 검찰이 불구속 기소한 MBC 이상호 기자는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이 수여하는 민주시민언론상 본상 수상자로 결정돼 지난 16일 시상식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