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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자연-우주 하나됨 배워"

미국기자협회 회원 봉은사 템플스테이

이대혁 기자  2005.11.09 10:3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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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템플스테이에 참가한 미국기자협회 모건 아란트, 다니엘 쿠비스케, 데이비드 칼슨, 제임스 송(좌로부터) 기자가 봉은사 대웅전 앞에서 불교식으로 합장하며 인사를 하고 있다.  
 
  ▲ 템플스테이에 참가한 미국기자협회 모건 아란트, 다니엘 쿠비스케, 데이비드 칼슨, 제임스 송(좌로부터) 기자가 봉은사 대웅전 앞에서 불교식으로 합장하며 인사를 하고 있다.  
 
미국기자협회(회장 데이비드 칼슨) 회원들이 7일과 8일 서울 강남구 봉은사에서 템플스테이에 참가해 한국의 불교문화를 배우는 기회를 가졌다.



템플 스테이는 대한불교조계종이 1천6백년의 역사와 전통을 간직한 우리나라 불교를 내외국인들이 1박2일 동안 사찰에 머무르며 경험하는 제도로 지난 2002년 월드컵 당시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받았다.



한국기자협회(회장 이상기)는 이번 아시아기자대회에 옵서버로 참석한 미국기자협회에 템플 스테이를 제안했고 데이비드 칼슨 회장이 흔쾌히 받아들여 1박2일 동안의 한국 불교체험을 실시했다. 이번 템플 스테이는 칼슨 회장을 포함해 줄리 그림즈(미국 기자협회 부 이사장), 다니엘 쿠비스케(미국 기자협회 국제부 공동의장), 모간 아란트(멤피스 대학 부총장), 제임스 송(AP통신 취재기자) 등 5명이 참가했다.



무엇보다 이들에게 템플 스테이는 한국의 불교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모두들 호기심 어린 눈빛이었다.



7일 오후 3시 반에 봉은사에 도착한 이들은 방을 배정 받자마자 법복으로 갈아입었다. 바로 법당에서 발우공양을 위한 절차를 배웠다. 발우공양이란 절에서 수행하는 스님들이 행하는 식사법을 말하는 것으로, ‘발우’는 ‘양에 알맞은 그릇’이라는 뜻이다. 발우공양은 처음 경험하는 외국인들에게는 굉장히 어렵다. 우선 앉는 자세부터 익숙하지 않다.



단정한 가부좌로 앉아야 하는 것은 의자에 익숙한 외국인들에게는 고역이다. 이들은 채 5분도 가부좌로 앉아 있질 못했다. 손을 뒤로 짚고 발을 앞으로 쭉 뻗어 앉아있기 일쑤였다.



앉아있는 것부터 고역인데 4개의 그릇을 늘어놓고 다시 정리하는 것이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여러 보살들의 시범을 보면서 따라 해보지만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릇을 다시 포개고 그릇을 싸는 수건인 발대의 매듭을 만들어 보기 좋게 정리하는 것에 다들 이쪽저쪽을 봐가며 시도해 보지만 그리 쉽지 않은 눈치였다.




  계룡산 무상사의 조실 대봉 스님과의 대화에서 미국기자협회 회원들이 푸른 눈의 스님인 대봉 스님의 불교 설법에 집중하고 있다.  
 
  ▲ 계룡산 무상사의 조실 대봉 스님과의 대화에서 미국기자협회 회원들이 푸른 눈의 스님인 대봉 스님의 불교 설법에 집중하고 있다.  
 

 

20여분의 휴식시간에 이들은 사찰 안을 호기심 찬 눈으로 돌아봤다. 수많은 불상들과 사람들이 절하는 모습에 잠시 눈이 머물다 지나가는 보살님에게 합장하고 인사하기도 했다.



사찰을 둘러보던 다니엘 쿠비스케는 “높은 빌딩 숲 사이에 이렇게 평화롭고 한적한 곳이 있다니 놀랍다”며 도심 속에 있는 고요함을 만끽했다.



오후 5시가 되자 1시간여 동안 열심히 연습했던 저녁 공양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발우들을 자신들의 앞에 가지런히 준비하고 스님의 죽비 두드리는 소리에 합장하고 발우를 폈다.



그새 잊어버렸는지 다니엘은 연신 보살들의 행동을 컨닝(?)했고 줄리와 모간, 제임스도 말없이 보살들이 하는 순서를 두리번거렸다. 밥을 먹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젓가락질이 서툴러서이기도 했지만 아무런 소리를 내지 않고 또 모든 음식을 남김없이 먹어야 했기 때문에 음식을 즐기기보다 그저 소리 없이 따라하느라 식은땀을 흘리기도 했다. 그래도 모두들 진지하고 경건하게 발우공양을 마쳤다. 스님이 나가자 모간은 “아무 소리도 안내려 굉장히 노력했다”며 “밥과 물이 얼마나 경건한 음식인지 이제 알았다”고 말했다.



공양을 마치고 나온 이들은 예불 전에 스님이 치는 북소리와 종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거대한 종에서 뿜어 나오는 공명한 소리에 칼슨 회장은 “어떻게 저런 아름다운 소리가 나올 수 있느냐”며 신기해했다.




  모든 사람이 같은 음식을 나눠 먹으며 공동체의 단결과 화합을 고양시킨다는 ‘발우공양’을 위해 참가자들이 발우(그릇)를 발대(천)로 싸고 있다.  
 
  ▲ 모든 사람이 같은 음식을 나눠 먹으며 공동체의 단결과 화합을 고양시킨다는 ‘발우공양’을 위해 참가자들이 발우(그릇)를 발대(천)로 싸고 있다.  
 

 

예불시간이 되자 이들은 두 손을 포개고 한 줄로 서서 대웅전으로 향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신기한지 두리번거리는 것은 끊이지 않았다. 대웅전에서도 이들은 예불하는 사람들을 따라 절을 하고 합장하며 눈을 감고 참선을 했다.



30여분을 예불하고 대웅전에서 나온 이들은 잠시 서울의 가을바람을 맞으며 담소를 나눴다. 모건에게 템플스테이가 어떠냐고 묻자 모건은 “불교는 항상 나에게 물음표(?)였다”며 “짧은 일정이지만 이번 기회에 불교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다이엘은 모건에게 “물음표가 느낌표로 되길 바란다”고 말해 주위를 미소짓게 만들었다.



모건의 바람대로 일행은 계룡산 무상사 조실인 대봉 스님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대봉 스님은 미국인이지만 불교에 심취, 한국에서 불교를 수행하고 무상사 조실의 반열에 오른 스님이다. 그는 일행에게 불교의 정신과 ‘우주만물이 하나’라는 철학, ‘자연이 곧 신이다’는 자연관 등에 대해 1시간이 넘도록 설파했다.



모두들 스님의 한마디 한마디에 고개를 끄덕였고, 시선을 고정한 채 그의 말에 집중했다. 물론 가부좌는 흐트러진 상태였지만.



대화가 끝난 뒤 칼슨 회장은 “대봉스님의 말을 통해 자연과 나 그리고 우주 만물이 곧 하나라는 생각을 마음 깊이 새길 것”이라며 “특히 남을 의식하지 않고, 나를 의식하지 않으며 그저 행동하는 것이 진실이라는 대봉스님의 말이 곧 기자로서 가져야 할 철학”이라고 말했다.



이후 그들은 참선을 했다. 눈을 감고 생각을 비우며 그저 편안한 상태로 앉아있는 참선이 그들에게 새로운 경험으로 다가갔다. 비록 가부좌가 힘들어 다리 모양을 바꾸기는 했지만 편안한 인상을 비쳤다. 그리고 채 밤 10시가 되지 않은 시간에 그들은 잠을 청했다. 새벽 4시에 일어나야 했기 때문이다.



20년만에 모국을 방문한 제임스 송은 “템플스테이를 통해 한국의 문화를 일부분이나마 경험할 수 있어서 좋고, 또 나에게는 고국을 느끼는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