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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의 다양성 확보, 우리 식대로 한다

유럽의 미디어시장을 가다 (3)오스트리아·네덜란드

차정인 기자  2005.10.26 10:2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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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 한국언론재단 미디어기자 테마취재에서 오스트리아 커뮤니케이션청, 신문진흥회 관계자들이 신문진흥법과 언론정책 전반에 대해 한국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 2005 한국언론재단 미디어기자 테마취재에서 오스트리아 커뮤니케이션청, 신문진흥회 관계자들이 신문진흥법과 언론정책 전반에 대해 한국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신문진흥위원회 통해 직·간접 지원


네덜란드, 공영방송 광고매출액 일부 신문 보조




한국에서 신문에 대한 국가 지원의 필요성이 대두됐던 이유 중 하나는 ‘여론 다양성’ 확보에 있다. 언론은 특정 사안에 대한 다양한 여론을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현재 한국 언론의 현실은 어느 한쪽의 여론에 집중돼 있다.



여론 시장을 단순히 시장 논리에만 맡겨서는 민주주의의 의미가 퇴색한다는 것이 유럽 미디어 시장이 지닌 기본적인 철학. 이는 오스트리아나 네덜란드도 마찬가지다. 두 나라는 영국이나 프랑스 보다는 한국에서의 정서적 거리가 더 멀리 있지만 각각 그들만의 철학으로 미디어를 바라보고 있는 점에서 주목된다.



오스트리아는 현재 한국이 신문법에 따라 신문발전위원회 설치를 준비하는 것과 같이 지난 2004년에 신문진흥위원회를 설치했다. 기존의 신문 지원 내용을 보다 더 현실적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여론을 반영한 정책이다.



네덜란드는 국가의 특성상 다양한 사회적 분화를 미디어에 반영하는 특색을 지니고 있다. 특히 방송의 경우 종교나 사상의 다양성을 직접 반영하고 있다. 또한 사회 분화의 미디어 반영은 여론의 형평성으로 이어지면서 매체의 균형발전과도 관계를 맺고 있다. 이는 신문에 대한 지원과도 연관성이 있는데 네덜란드 공영방송의 광고 매출액 중 일부를 모아 기금을 조성, 인쇄매체에 지원하는 제도가 그것이다.



한국이 신문법 개정 당시 국가의 신문 지원에 대해 외국 사례를 인용, 찬성과 반대의 논리로 활용하곤 했지만 오스트리아나 네덜란드의 사례가 인용된 적은 거의 없다. 하지만 그 나라의 특성에 맞게 제도를 만들고 운영해야 한다는 사고방식에서 두 나라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크다.





오스트리아,신문진흥법·신문진흥위원회

오스트리아의 신문진흥법은 우리의 신문법과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다. 2004년도에 개정된 신문진흥법은 연방 차원에서 신문 및 정기간행물에 대한 지원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다.



오스트리아는 신문의 다양성을 위해 연방에서 일간 및 주간신문에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이는 △판매진흥 △특별진흥 △신문의 질 제고와 미래 보장 진흥 등으로 구분된다.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신문사는 전문지 개념을 벗어난 종합 뉴스를 다루는 일간 및 주간 신문이며 1년에 일간의 경우 최소 2백40회, 주간은 최소 41회 이상을 발행해야 한다. 지원 시점을 기준으로 6개월 이상 발행된 신문이어야 하며 대부분 국내에서 유료로 판매돼야 한다. 또한 일간의 경우 전국에서 1만부 혹은 한 개 주에서는 6천부 이상이 판매돼야 하며 정규 저널리스트를 6명 이상 고용해야 한다는 조건도 있다. 주간은 최소 5천부 이상 판매돼야 하며 최소 2명의 정규 저널리스트가 있어야 한다.



지원금을 신청하는 신문사는 판매 부수를 오스트리아 커뮤니케이션청(KommAustria)에 신고해야 하며 모든 발행 부수는 인증 기구에 의해 검증돼야 한다. 신문사의 소유 및 지분 관계 등도 공개해야할 사항이다.



연방 총리청 산하의 정부기구인 커뮤니케이션청은 기본적으로는 방송 규제를 담당하지만 2004년 개정된 신문진흥법에 따라 신문 및 인쇄매체의 지원도 담당하게 됐다. 커뮤니케이션청은 신문 진흥에 대한 업무를 위해 신문진흥위원회를 설치하는데 6인의 위원과 1인의 위원장으로 구성돼 있다. 위원회는 지원금을 신청한 신문사의 자격을 심사하고 그 결과를 커뮤니케이션청에 제시한다.






  네덜란드 문화교육부 관계자들이 자신들의 독특한 공영방송 미디어 정책과 철학 등에 대해 한국 기자들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  
 
  ▲ 네덜란드 문화교육부 관계자들이 자신들의 독특한 공영방송 미디어 정책과 철학 등에 대해 한국 기자들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  
 

 

지원금의 종류에서 먼저 ‘판매진흥’은 연방에서 지급하는 보조금으로 신문진흥법은 일간 대 주간의 재원 분배를 54 대 46으로 규정하고 있다. 2002년의 경우 15개 일간신문과 45개의 주간신문이 지원을 받았는데 일간지는 약 3백70만 유로, 주간지는 약 1백90만 유로를 지원받았다.



‘특별진흥’은 정치적 여론 형성과 의사 결정 과정에 특별한 역할이 있는 일간신문이 대상이 되며 시장지배적 사업자는 제외된다.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연 평균 판매 부수가 10만을 넘지 않아야 하며 연간 면수의 반 이상이 광고로 채워져서는 안 된다.



‘신문의 질 제고와 미래 보장’을 위한 지원의 경우 △저널리스트 교육 △프레스 클럽 △기타 사업 등으로 구분된다. 저널리스트 교육은 기자들의 재교육을 담당하는 기관에 대한 지원이며 프레스클럽은 기자회견을 조직하고 시행하는 대표성을 지닌 협회를 말한다. 기타 사업의 경우 예비언론인 교육 및 재교육, 해외특파원에 대한 지원, 신문 열독 진흥, 신문 관련 연구 진흥 등이 해당된다.





네덜란드, 공영방송과 프레스펀드

인구 1천6백만의 소국으로 유럽 중북부에 위치하고 있는 네덜란드는 사회적 분화현상이 매우 발달한 나라로 알려져 있다. 사회 분화 현상의 틀로는 카톨릭, 개신교, 자유주의, 사회주의, 중립적 분화집단 등이 대표적이다. 각각의 분화 집단은 사상과 의견을 개진하기 위해 방송국과 신문사를 운영하고 있는데 최근 들어 이른바 ‘트로스’화(사회분화 약화 현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네덜란드의 미디어가 지닌 특성을 가장 잘 드러내고 있는 것은 공영방송 시스템이다. 매체법으로 규제되고 있는 네덜란드의 방송은 크게 공영방송과 상업방송으로 구분된다. 지상파, 유선, 위성 방송으로 구분이 되기도 하지만 네덜란드의 유선방송 보급률이 90%를 넘기 때문에 전송 방식별 구분은 무의미하다.



공영방송은 전국과 지방으로 구분되며 전국 공영방송은 텔레비전 3개 채널과 라디오 5개 채널을 사용하고 있다. 특이한 점은 방송프로그램의 제작, 편성, 송출, 광고가 분리되어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공영방송 텔레비전 채널을 이용하는 방송사는 국가기관 방송사인 NOS(네덜란드 방송재단)와 NPS(네덜란드 프로그램재단)가 있고 8개의 A등급 민간 공영방송사가 있다. 공영방송의 광고는 STER(라디오 및 텔레비전 광고재단)가 담당하고 있다. 이 밖에 교육방송, 정부방송, 교회방송, 사상단체방송, 정당방송과 임시방송 단체 등이 공영 텔레비전과 라디오방송을 구성하고 있다.



즉 한정된 공영방송 채널에 다양한 방송사가 회원수에 따라 방송시간을 할당 받아 프로그램을 방영하는 방식이다. 이는 네덜란드 교육문화부 산하의 언론관리위원회가 담당하고 있다.



상업방송은 유선방송으로만 허가되며 유선방송운영자는 전국 공영방송과 해당 지방 공영방송 채널은 의무적으로 전송하지만 상업방송이나 위성방송은 선택적으로 전송할 수 있다.



네덜란드 신문 시장은 2004년 기준으로 일간 신문은 총 32개, 이 가운데 전국지는 9개이며 총 발행부수는 유가지의 경우 4백20만부로 나타나고 있다. 전국지 중에서 발행부수가 가장 많은 것은 De Telegraaf(약 80만부)와 Algemeen Dagblad(약 30만부)로 두 신문은 대중 종합지로 구분한다. 그러나 신문 구독률이 세계 10위 정도로 알려져 있는 네덜란드도 갈수록 신문 시장의 위기가 가속화 되고 있다.



 

네덜란드도 신문에 대한 재정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공식적으로는 1970년부터 정부 차원의 재정지원 검토가 이뤄졌다. 이는 1967년 공영방송의 방송광고를 허용한 것과 연관이 있다. 공영방송의 광고방송으로 인쇄매체들의 광고수입이 감소하면 신문사나 잡지사의 경영이 어려워져 여론형성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공영방송이 광고수입의 일부나 기부금을 통해 지원해야 한다는 논리다.



이에 따라 1987년 제정된 매체법은 ‘프레스펀드’를 법규에 포함시켜 지원 근거를 규정했다.



프레스펀드의 재정 지원은 보조금, 융자금, 신용대출 등의 방식으로 이뤄지며 신문이나 잡지의 창간비용도 50% 범위내에서 지원하고 있다. 프레스펀드의 재정지원은 1989년 이후 중단되었지만 90년대 이후 신문사의 경영난에 대한 여론이 높아 지원을 재개했다.

공영방송의 연간 광고매출액에서 최대 4%까지 내는 프레스펀드는 여유자금의 정도에 따라 걷는 비율이 달라지고 있는데 현재는 잉여금 수준이 높아 방송사들이 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만의 미디어 시장, 견제와 관심 ‘중요’

오스트리아가 여론 다양성을 이유로 신문에 대한 지원을 실시하는 배경에는 시장 지배 신문의 여론 왜곡에 대한 우려가 담겨 있다.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신문은 ‘크로네 차이퉁’이다. 크로네 차이퉁은 40%가 넘는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다. 이 신문의 소유주는 ‘한스 디한트’라는 사람과 독일의 WAZ 그룹 공동 소유다. 특히 한스 디한트는 ‘정권 창출가’로 여겨질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이다. 이 사람과 WAZ그룹이 갖고 있는 또 하나의 신문이 ‘쿠리어’ 인데 크로네 차이퉁과 쿠리어를 합치면 오스트리아 시장의 57%(2001년 기준)를 차지한다. 그러나 두 신문의 소유주인 한스 디한트는 자신의 위치에 따라 정치권을 좌우하고 있기 때문에 자본의 미디어 장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그러나 오스트리아 역시 신문의 판매를 강제로 규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 이런 상황을 큰 골칫거리로 삼고 있지만 특별한 방법을 찾지는 못한 분위기다.



오스트리아 신문진흥위원회 오토 오베르함메르 위원은 “인구수와 독자수를 따졌을 때 세계에서 가장 큰 신문 기업이 오스트리아에 있다”면서 “한 신문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것에 대해 오래전부터 논의는 해 왔지만 아직 미디어의 다양성을 이루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네덜란드도 집단별 사회 분화 현상이 서서히 완화되고 있는 분위기로 인해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이용자들이 미디어의 오락 기능을 즐기기 때문에 신문이든 방송이든 콘텐츠의 변화가 필연적이기 때문이다 .



네덜란드 공영방송 NOS의 바우터 즈바트 기자는 “예전에는 공영 방송사들간 경쟁이 심했지만 지금은 대부분 엔터테인화 돼가고 있어 프로그램만 봐서는 종교간의 차이 등의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다”면서 “그저 3개의 채널에 프로그램을 넣기 위한 경쟁을 하고 있을 뿐이며 시청자들이 종교에 따라 자신이 가입한 채널이라 할지라도 그 방송에만 몰두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