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일행은 대서양 연안에 한 점을 찍었다. 목적지는 대서양변에 위치한 메인(Maine)주 포틀랜드(Portland)시로 SPJ 어윈 그라츠(Irwin Gratz)회장이 호스트였다. 처음 찾은 포틀랜드는 인구가 12만여 명에 불과한 항구도시였지만 평화로움과 쾌적함 그 자체였다.
메인주 공영 라디오방송 뉴스 앵커로 일하고 있는 어윈은 역시 기자 출신인 부인 바니, 외아들 일라이와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있었다. 그의 집은 대서양 해변에 위치한 그야말로 그림 같은 전원주택이었다.
우리는 그 집에서 대서양의 아름다움에 심취해 3박4일간의 꿈결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방문객들을 더욱 감동하게 만든 것은 호스트의 배려였다.
우리는 레닌을 닮은 어윈의 처음 인상이 다소 험악(?)해 겁까지 먹었지만 함께 생활을 하면서 그의 자상함과 가족 사랑에 잘못된 선입관을 원망해야 했다. 식사 준비는 언제나 어윈의 몫이었고, 틈틈이 아들과 놀아주는 일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또 우리의 짧은 영어 질문에도 항상 진지한 태도로 답변해 주었다.
홈스테이 이틀째 아침. 어윈 회장은 다소 쑥스런 표정으로 우리에게 접시를 보여 주었다. 접시에는 팬케익으로 쓴 한국기자협회의 영어 약자 JAK가 선명하게 양각돼 있어 우리를 또 한번 감동시켰다.
그 날 밤 안주인 바니도 그동안 바리바리 준비해 뒀던 선물들을 우리에게 안겨 줬다. 포틀랜드 인근의 픽스 아일랜드 방문, 선상에서의 화려한 만찬, 우리들이 끓여준 한국 라면을 땀 뻘뻘 흘려가며 먹던 어윈, 60년대 13년간 한국에서 의료봉사를 한 아버지와 함께 살았다는 애니 오브라이언(한국 이름 손애희)과의 만남….
우리는 아름다운 추억을 차곡차곡 쌓아 돌아왔다. 뿐만 아니라 어윈 가족의 생활을 직접 체험하며 미국민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인 것은 큰 수확이었다. 처음에는 엄청나게 부담이 됐던 홈스테이는 이처럼 이번 미국 방문의 가장 큰 보람으로 다가왔다.
다만 어윈 가족에 대한 사전 지식 부족으로 서로 공감할 수 있는 취미 등을 함께 나누지 못한 것은 못내 아쉬움으로 남았다. 우리는 당초 어윈과의 폭탄주나 낭만적인 바다 낚시까지 상상하며 홈스테이에 들어갔으나, 그는 독실한 유대교 신자로 극히 제한적인 생활을 했다. 미국에 가기 전 이메일을 통해 상호간에 공통 관심사와 정보를 교환했다면 좀더 유익한 시간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