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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도 언론환경 급변 대응책은 결국 '기자 몫'

JAK 대표단 미국 방문기
언론인보호위원회·'FAIR' 방문 인상적

김창금 한겨레 지회장(스포츠부)  2005.09.28 11: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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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기자협회 미국방문단이 11일 오후 9·11 테러로 사라져버린 뉴욕 세계무역센터 현장을 찾았다.  
 
  ▲ 한국기자협회 미국방문단이 11일 오후 9·11 테러로 사라져버린 뉴욕 세계무역센터 현장을 찾았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은 한미기자교류 한국측 대표단이 지난 11∼20일 미국을 방문했다. 모두 10명으로 구성된 기협 대표단은 열흘 간 뉴욕 워싱턴 등 미국 중심부 방문과 3박 4일간의 홈스테이를 통해 미국사회를 생생하게 체험했다. 기자협회보는 이번호에 미국방문기와 프리덤 포럼의 원로기자 인터뷰를, 다음호에 홈스테이 체험기를 각각 나눠 싣는다.





한국기자협회(JAK)와 미국기자협회(SPJ)의 2005 한미기자교류는 9월11일부터 21일까지 9박11일 동안 이뤄졌다. 미국 방문단(단장 이상기 기자협회장) 10명은 워싱턴, 뉴욕 등 미국의 심장부에서 다양한 언론단체와 정부기관을 방문했다. SPJ와는 16일 하루 내내 포럼을 열어‘급변하는 언론환경’을 주제로 깊이 있는 토론을 벌였다. 미국 북동부에서 북서부까지 5개 지역(메인주 포틀랜드, 플로리다주 게인스빌, 몬태나주 미졸라, 루지애나주 나가티쉬, 미주리주 스프링필드)에 현지 언론인과 결합한 3박4일 간의 ‘홈스테이’까지 합쳐 두 나라 언론인들은 짧은 기간이었지만 압축적인 교류를 나눴다.



11일 오전 인천공항서 대한항공편으로 출발한 방문단은 15시간 만에 뉴욕의 존 에프 케네디 공항에 도착했다. 서둘러 찾은 9·11 테러 현장의 쌍둥이 빌딩은 흔적조차 없었고, 삼풍백화점 붕괴 터와 다르지 않았다. 폐허가 돼 철망으로 둘러 싸여 출입은 통제됐고 주변에 놓인 꽃과 촛불, 베니어판 벽에 새겨진 수많은 추모글과 사진들은 미국인의 가슴에 남아있는 그 날의 충격이 쉽게 사그러들지 않음을 보여주었다.



방미 이틀째인 12일 일행은 뉴욕 7번가 언론인보호위원회(Committee to Protect Journalists)를 방문했다. 정부나 범죄집단의 압력을 받는 전 세계 언론인을 보호하기 위한 이 단체는 제3세계 정부에 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아비 라이트 아시아 프로그램 담당자는 “유엔총회 참석 차 온 멕시코 폭스 대통령이 방문할 예정이어서 건물에 보안통제가 이뤄지고 있다”며 40분 만에 그친 브리핑과 짧은 문답식 토론을 아쉬워했다.



뉴욕 27번가에 있는 미디어 감시 및 비평단체인 FAIR(Fairness and Accuracy in Reporting)는 미국의 양심과 비판적인 지성의 단면을 보여 주었다. 30대 초반의 피터 하트 대변인은 9·11 이후 보수화하는 미국언론의 성향을 이렇게 설명한다. “2003년 3월 콜린 파월 국무장관이 유엔에서 이라크전의 정당화를 주장한 뒤 2주간 이뤄진 3개 방송 토론 프로그램을 분석했다. 3백60명의 토론자들이 등장했는데, 그중 오직 3명만이 전쟁반대를 주장했고 그중 미국인은 1명 뿐이었다” 그는 이런 우경화 흐름 뿐 아니라 개인소유의 언론사들이 ‘기자는 줄이고, 수익은 늘리려는’ 상업주의 마인드와 광고주 영향으로 언론환경이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14일 워싱턴에서 만난 미국 국무부 관리들은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대북 강경노선으로 돌아선 한반도 정책이 변화를 인정했다. 한 고위 관계자는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공약 등을 지키기 위해 대외 정책의 변화를 시도한다”며 “그러나 길게 보면 기존의 큰 틀 안으로 돌아와 정책방향은 지속성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국무부와 10분 거리의 워싱턴 내셔널프레스빌딩에 있는 외신기자센터는 미 국무부의 정책 브리핑 장소다. 이곳 국무부 관계자들은 “만약 한국 기자들이 쿠바의 관타나모에 있는 미군 기지 취재를 원한다면, 취재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워싱턴 포토맥 강의 테오도르 루즈벨트 섬을 내려다보는 프리덤 포럼 22층에서 원로 언론인 진 메이터를 만난 것도 독특한 경험이었다. 신문기자 출신으로 방송 앵커를 역임한 백발의 메이터는 “자고로 정치인들은 내려다 보아야 한다는 미국언론의 격언이 있다”며 말문을 텄다. 메이터는 “신문의 위기는 이제 끝이라기보다는 해결책을 요구하고 있다”며 “나는 뉴욕타임스를 보지 못하면 하루를 시작하지 못한다. 그렇게 만들면 된다”고 말했다.



다음날 열린 SPJ, 대만기자협회와의 합동 세미나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강행군이었다. △미국의 언론상황 △언론-정부의 관계 △동아시아와 미국의 현안 △한-미-대만 기자협회간 관계증진 등을 주제로 열린 토론에서는 주로 신문환경의 어려움과 해결 방안이 논의됐다. 대만 쪽 참가자들은 주로 급팽창하는 중국의 위협을 강조하는데 시간을 할애했는데, 특히 미국이 앞장서서 대만을 도와야 한다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대만 원주민 쪽 정서와 중국 본토 쪽의 감정적 대립과 적대감이 얼마나 큰 지 실감할 수 있었다.



사흘간의 홈 스테이를 거쳐 로스앤젤레스로 집결한 한국 방문단은 하룻밤 휴식을 취한 뒤 다시 12시간 동안 서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피곤에 절어 푹 늘어진 몸과 달리 새로운 세계와 새로운 사람들을 경험한 뿌듯한 성취감과 더 열심히 뛰어야겠다는 기자정신의 충전에 가슴이 뿌듯한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끝으로 지난 2001년 시작해 올해로 5번째 맞은 한국기자단의 방미 동안 전체 일정을 빈틈 없이 진행한 주한 미 대사관 최성완 공보관과 퍼펙트한 통역으로 ‘미국 이해 두배’에 1등공신 박선주씨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