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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고 조승진 기자 추모사

"여러분, 시간 있을 때 사랑하십시오."

서울신문 김상연 기자  2005.09.13 13:4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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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잘 지내고 계시죠? 저 조승진입니다. 네, 맞습니다. 여러분이 뜨겁게 환송해주셨던 바로 그 조승진입니다.



이곳에 온지도 벌써 1주일이 다 됐네요. 세월 참 빠르죠? 이곳에서 저는 신참입니다. 수습인 셈이죠. 하지만 염려 마세요. 여기는 이른 새벽에 보고하느라 잠을 설치거나 선배들 꾸중으로 반찬을 삼을 일은 없으니까요. 여기는 정말 모든 것이 편해요.



여러분, 제가 인사도 없이 갑자기 떠나 놀라셨죠? 죄송합니다. 하지만 저도 여러분의 반응을 보고 놀랐습니다. 멀리 강원도 최전방에서 밤을 꼬박 새워 달려와 주신 분, 퇴사한지 오래여서 이름도 가물가물한데 와주신 옛 선배, 별로 친분이 없었는데도 일손을 놓고 찾아준 다른 언론사 후배기자, 저랑 말 한마디 나눠본 적이 없는데도 안타까워하며 눈물범벅이 된 회사 동료들….



이 눈물겨운 측은지심(惻隱之心)들은 모든 물적인 부조(扶助)를 넘어서는 우렁찬 사랑입니다.



여러분, 이곳에 와보니 그곳에서 제가 너무 앞만 보고 살았었다는 회한이 드는군요. 인생에서 정말 소중한 것들을 소홀히 했던 게 아쉽습니다.



여러분, 시간이 있을 때 사랑하십시오. 한치 앞의 이별도 감지하지 못하는 존재가 인간입니다. 내일로 미루지 말고 지금 당장 사랑하세요. 지금 바로 옆에 있는 사람에게 손을 내밀고 사랑한다고 말하세요.



저한테 가했던 크고 작은 일을 떠올리며 미안해하는 분들도 있는데, 절대 그럴 필요 없습니다. 어차피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입니다. 여러분이 자책하면 저는 더 괴롭습니다. 제게 못다 주신 사랑이 있다면 이웃과 동료들한테 베푸십시오. 그것으로 저는 정말 행복하겠습니다. 그 사랑이 전파되고 전파되면 이 세상이 점점 아름다워지겠죠?



여러분, 이제 저에 대한 기억은 지우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안돈(安頓)하셨으면 합니다. 저도 이곳 생활에 재미를 붙여 볼랍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쓰는 기사는 빼놓지 않고 읽겠습니다. 여기에도 신문은 오니까요. 참, 이곳에서 기자 출신은 인기가 최고입니다. 그러니 그곳에서의 생활이 어렵더라도 낙담 말고 일로매진하시길 바랍니다.



그런데 완벽한 행복을 자랑하는 이곳에도 결점은 있더군요. 그곳과의 접촉이 불허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어쩔 수 없이 이게 마지막 인사가 되겠네요. 그렇게 생각하니 자꾸만 눈물이 나려고 합니다. 하지만 울지 않겠습니다. 제가 슬퍼하면 여러분 마음이 아플테니까요.



=후배 서울신문 정치부 김상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