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언론이 직면하고 있는 위기는 외부 요인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기자 등 언론인들이 그동안 저널리즘의 본령을 잊고 살아온데 따른 자업자득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그동안 정부나 사회에 대한 일부 언론의 비판은 정상적인 비판 저널리즘이 아니라 ‘비아냥 저널리즘’으로 전락, 거꾸로 시민사회로부터 비아냥을 받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지난달 31일 기협 회의실에서 열린 ‘제1회 JAK 1030 콜로키엄’에 참석한 기자들은 저널리즘의 위기와 그로 인한 한국 기자들의 ‘존재의 위기’에 공감하고 그 해결책으로 공신력 회복이 가장 절실하다는데 동의했다.
이날 한국일보 이희정 기자(문화부)는 “요즘 우리끼리 무한 경쟁을 하느라 스스로 실종시켜버린 줄도 모르고 살았던 저널리즘 문제를 다시 심각하게 얘기하게 된 것은 자업자득”이라고 지적했다.
동아일보 김용길 기자(편집부)는 “요즘 신문은 비판 저널리즘의 날카로움없이 비아냥 저널리즘으로 변질된 것 같다”며 “뚜렷한 대안도 없으면서 나라와 시대의 미래에 대해 잿빛 비아냥만 횡행하다보니 오히려 공신력에서 우리 미디어업계가 비아냥을 당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촌지문화에서 탈피하기는 했지만 아직도 다른 형태로 존재하고 있고 또한 여전히 현실과 윤리적 기준은 상충하는 경우가 많다는 의견도 나왔다.
전북일보 김재호 기자(정치부)는 “기자협회보에서 접대 골프도 촌지라는 광고를 봤는데, 여전히 일선 기자들은 접대 골프를 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윤리적인 부분과 현실적인 부분이 충돌하는 경우”라고 말했다.
KBS 이재강 기자(시사보도팀)도 “과거에 비해 기사를 쓰는 실력과 지식은 지속적으로 발전했다”며 “하지만 ‘과연 기자로서의 윤리와 정체성이 발전하고 있느냐’에 대해서는 회의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법률적 책임문제도 중요한 이슈가 됐다. MBC 신경민 해설위원은 “90년대 들어서 중재사건도 늘어나고 중재를 거치지 않고 바로 법원으로 가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취재기자들이 위축되고 있다”며 “미국에서는 (언론이) 이길 사안도 한국에서는 지는 경우가 많아 취재에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시민 저널리즘의 강화와 인터넷을 통한 블로그 저널리즘의 등장, NGO의 성장 등도 현재 기자들의 위상을 흔들리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한겨레 안수찬 기자(문화생활부)는 “시민사회가 80년대 후반부터 성장해서 90년대 들어 일정한 궤도에 자리잡으면서, 저널리즘 분야에도 시민사회의 ‘이야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며 “고유한 영역으로 여겼던 저널리즘에 불특정 다수의 시민들이 개입, 감시하고, 직접 그 텍스트를 생산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