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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미디어 난개발' 벌써 부메랑?

일단 만들어 놓고, 문제 되면 '매체 균형론'
분쟁 해결방안 없고 책임질 행정기관도 없어

차정인 기자  2005.08.31 10: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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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카이라이프  
 
  ▲ 스카이라이프  
 
누구를 위한 방송인가. 본방송을 시작한 지 만3년이 넘은 스카이라이프와 개국 9년째인 아리랑TV의 생존 전략이 치열하다. 수천억원의 적자로 이미 경영 위기를 맛본 스카이라이프는 오락채널의 전진배치와 공익채널의 후진 배치 등으로 이른바 ‘공격적 마케팅’에 나섰다.



애초 국내 영어방송을 목적으로 설립된 아리랑TV도 해외홍보방송의 기능을 부여받고부터 법적 지위도 확보되지 않은 가운데 재정 위기에 직면해 현재 국제방송공사 설립 논의가 한창이다.



이처럼 스카이라이프와 아리랑TV가 처한 ‘현재’는 국가의 정책 판단 미스(?)라는 공통된 ‘과거’에 기인하고 있다. 하지만 두 방송의 ‘미래’까지 포기할 수 없는데다 KTV, 국회방송 등을 비롯해 현재 본방송이 지연되고 있는 지상파DMB 등의 신규 방송 서비스에도 중요한 정책 시사점을 던져준다는 점에서 국가 차원의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스카이, 채널구성 변경…공익PP 반발

스카이라이프는 31일부터 22개 채널의 번호를 바꾸겠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 “장르별 채널번호 블록 조정을 통한 가입자 시청편의성 제고”를 배경으로 꼽았다. 그러나 방송계는 스카이라이프의 상업성 마케팅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하고 있다.



프로그램 장르를 세분화 해 블록화 했다고 하지만 오락채널이 1백∼2백번대로 전진 배치되고 이른바 ‘니치채널’(명확한 타깃을 대상으로 하는 방송)이 후진 배치됐기 때문에 오히려 시청자 접근성을 고려했다기보다는 상업성을 중시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CBS 관계자는 “스카이라이프의 주 시청자들은 지상파 방송의 드라마, 오락 채널이 배치된 2백번대를 중심으로 채널을 변경하기 때문에 7백번대로 밀린 종교, 공익 방송은 사실상 접근권이 차단된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스카이라이프측은 “가입자 시청행태를 조사해 반영한 채널 번호 재배치”라면서 “각 PP 사업자들은 질 높은 콘텐츠 제공과 명확한 타깃마케팅에 기반한 시청률 제고를 고민하는 것이 우선적임을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항변하고 있다.



종교, 공익 PP들의 반발 내용의 핵심은 공익성을 기반으로 한 스카이라이프가 상업성을 내걸고 일방적인 채널 변경이라는 횡포를 휘두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방송 환경에서는 채널번호 변경은 플랫폼 사업자의 권한으로 돼 있다. 방송위원회 승인 사항도 아니고 약관 변경 신고 사항도 아니다.



이 때문에 스카이라이프와 종교, 공익 PP들 간의 갈등은 이해 당사자간의 양보와 합의 없이는 쉽사리 해결될 수 없을 전망이다.





국제방송공사 설립 논의, 아리랑-KBS 갈등

지난 1996년 비영리 재단법인인 국제방송교류재단이 설립되면서 개국한 아리랑TV는 국책방송의 성격으로 시작됐지만 사실상 법적 기반이 없는 조직이었다.



애초 국내 영어방송을 목적으로 탄생됐으나 국가홍보방송 기능이 부가되면서 해외 현지인과 교포 등으로 방송 대상 영역이 확장됐다.



2005년 기준 아리랑TV의 연간예산은 총 4백47억원으로 국고 18억원, 방송발전기금 2백69억원, 자체자금 1백60억 등으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방송위원회는 2007년부터 방송발전기금운용 기본원칙에 따라 국내방송을 위해 사용해야 할 방송발전기금이 해외방송에 사용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이유 등을 내세워 전면 지원중단을 통보한 바 있다.



예산의 60%를 차지하는 주된 재정근거가 사라지게 될 위기에 처해 있는 아리랑TV는 이에 따라 내부적으로 법적 위상 확보를 위한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고, 현재 국제방송공사 설립 문제가 논의되고 있는 상황이다.



8월초 국회 문화관광위 윤원호(열린우리당) 의원 주최로 토론회가 진행됐으며 24일에는 방송위원회 주최로 토론회가 개최됐다. 현재까지 국제방송 정책과 관련한 다양한 방안 가운데 가장 주목받고 있는 것은 별도의 ‘국제방송공사’를 설립하는 방안이다.



그러나 국제방송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관련 기능의 통합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고 이에 따라 KBS의 국제방송 기능인 RKI(라디오 코리아 인터내셔널), 사회교육방송 등과 아리랑TV의 통합이 자연스럽게 제기됐다.



그러나 이런 주장에 대한 KBS의 입장은 부정적이다.

이미 KBS 노조는 아리랑TV의 소관부서인 문화관광부의 책임을 지적하고 특정 방송을 밀어주는 정책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으며 아리랑TV 노조 역시 국제방송 정책 논의가 시급하다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KBS와 대조되는 시각을 드러냈다.








  아리랑TV  
 
  ▲ 아리랑TV  
 

 

사업자간 분쟁, 명확한 해결방안 없어

스카이라이프와 종교, 공익 PP 간 갈등은 이미 현저한 시각차를 드러냈기 때문에 당사자간 중재 없이는 의견차를 좁히기가 힘들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방송위원회나 제3의 정부기관에서도 중재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CBS의 경우, 이번 스카이라이프의 채널 번호 변경은 공익성을 추구해야 하는 설립 취지가 퇴색돼 상업성이 우려된다는 여론 만들기에 나섰다. CBS는 TV에서 29일, 스카이라이프 초대 이사회 의장과의 긴급대담을 통해 이를 비판했으며 불교, 천주교 등 범 종교계로 확산된 이 문제는 스카이라이프의 채널 번호 변경 취소를 촉구하고 있다.



아리랑TV와 KBS 간 갈등은 아직은 수면 아래에 있지만 국제방송공사 설립 논의가 본격화 될 경우 뜨거운 감자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국가 브랜드 홍보라는 국책방송의 기능을 수행한다는 미명아래 각기 다른 두 개의 조직을 통합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국가 주도의 홍보 방송은 선진국 사례로 봤을 때도 대세가 아니라는 입장인 KBS는 향후 적극적으로 통합론에 저항할 분위기다.



이와 달리 아리랑TV는 재정 기반의 위기 등 방송 본연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법적 위상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입장이기 때문에 국제방송공사 설립 논의를 가속화시킬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KBS 정책기획센터 이상요 기획팀장은 “미디어 난개발로 이루어진 정책은 일단 진입이 이루어지면 기능 수행에 대한 고민 없이 진행되고 어려워지면 매체 균형 발전론만 남게 된다”면서 “콘텐츠에 대한 고민 없이 채널만 양산해 놓으니까 다른 나라 콘텐츠 제공받아 결국 문화 제국주의의 통로가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