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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난개발'이 갈등 불렀다

스카이라이프 채널 변경에 종교·공익 PP 반발
아리랑TV 국제방송공사 설립 논의…KBS 이견

차정인 기자  2005.08.31 09:3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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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밀한 준비 없이 추진된 ‘미디어 난개발’의 시행착오가 사업자들간 분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는 채널 구성 변경으로 종교, 공익 PP들과 마찰을 겪고 있으며 법적 기반 없이 탄생된 아리랑TV는 법제화 논의 과정에서 KBS와의 갈등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스카이라이프는 8월 31일부터 오락 채널을 전진배치하고 종교, 공익 채널을 후진 배치하는 등 총 22개의 채널 번호를 변경한다고 밝혔다.



스카이라이프는 이번 채널 구성 변경의 주된 방향에 대해 △영화, 드라마 및 오락 채널 장르 세분화·분리 △게임, 어린이 채널 분리 및 조정 △비오락적 채널 및 ‘니치 채널’(정확한 타깃을 대상으로 하는 채널) 블록화 등을 꼽았다.



그러나 이 같은 채널 변경 계획이 각 프로그램 공급자에게 통보되면서 일부 방송사들의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기독교방송(CBS), 불교TV(Btn), 평화방송(PBC) 등 종교 방송사들과 시민방송(RTV) 등은 이를 스카이라이프의 일방적 횡포로 규정하고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종교방송들은 또 별도의 성명과 종교 재단의 성명을 비롯해 방송위원회, 청와대 등에 의견서를 제출하는 등 스카이라이프의 이번 결정이 부당하며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CBS는 지난 23일 성명을 통해 “스카이라이프가 사전 협의도 없이 수년간 유지해 온 채널을 일방적으로 변경하겠다는 통보를 했다”면서 “1백번대의 채널을 가장 끝 번호에 속하는 7백번대로 옮긴다는 것은 시청자들의 채널 접근권을 근본적으로 어렵게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도 같은 날 성명을 내고 스카이라이프의 채널변경에 강력 항의하고, 변경 취소를 촉구하는 공문을 스카이라이프 측에 보냈다.



뿐만 아니라 개신교, 불교, 원불교, 유교, 천주교, 천도교, 천주교, 한국민족종교협의회 등 한국 종교인 평화회의도 29일 스카이라이프의 공익성 우선 정책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해 범 종교계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스카이라이프측은 ‘채널 변경은 플랫폼 사업자의 고유 권한’이라는 입장이다.



스카이라이프 관계자는 “채널 변경은 방송위원회 승인 사항도 아니며 약관 변경 신고 사항도 아니다”면서 “일부 채널들의 불만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나 스카이라이프는 이용할 수 있는 모든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총동원하여 가입자에게 변경되는 채널 번호를 고지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30일 현재, 스카이라이프와 일부 종교PP 등은 관련 내용을 협상 중에 있다.

아리랑TV와 KBS도 법적지위 문제와 관련, 갈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재단법인으로 방송위원회의 직접적인 소관 방송이 아닌 아리랑TV는 그동안 재정 기반의 위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법제화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해 왔다.



또 학계 일부에서도 아리랑TV와 KBS 스카이를 통합해 새로운 형태의 ‘국제방송공사’ 설립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실제로 방송위원회가 24일 개최한 ‘국제방송의 효율적 제도 개선 방안’ 이란 토론회에서 방송위 이은미 연구위원은 국제방송의 정책방안으로 △국제방송공사 설립 △KBS 국제방송으로 일원화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 같은 방안은 어떤 형태로든 KBS의 국제방송 기능과 아리랑TV의 조직 통합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 KBS 노조는 24일 성명을 내고 “아리랑TV 살리기 위한 원칙 없는 국제방송 논의를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했으며 아리랑TV 노조는 26일 “국제방송정책, 이제는 바로 세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성명전을 벌이기도 했다.



단국대학교 김평호(방송영상학) 교수는 “사업자들간 분쟁의 기본적인 이유는 경제규모, 시장 크기, 인구 규모 등의 적절한 검토 없이 가능한 모든 매체를 선보이고자 하는 성장 제일주의 미디어 난개발 정책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정책 당국과 사업자들의 욕심이 빚어낸 결과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