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 미세스 저널리스트
#12020년 대한민국 서울. 5~6년 전, 미국 동서 내전 당시 우연히 만난 남남과 북녀. ‘부셔’ 독재정권에 맞선 미국 내 민주화 세력의 반발이 극심한 가운데 인종차별주의자들로부터 곤욕을 치르던 북녀는 남남이의 도움으로 무사히 빠져나가고 둘은 첫눈에 반해 사랑에 빠졌다. 끌리는 외모와 부드러운 성품을 가진 최고의 배우자를 만났다고 기뻐하는 두 사람. 그러나 서로는 각자의 직업을 속이고 있었으니 다름 아닌 ‘기자’였다.
하지만 두 사람은 서로의 정체를 전혀 알지 못한 채 결혼을 하게 됐고 5~6년 후 겉으론 평온한 부부인양 지내지만 자신의 일터에서 야근과 출장을 밥 먹듯이 하다 보니 위기가 찾아왔다.
#2그러던 중 두 사람에게 똑같은 취재원으로부터 제보가 들어왔다. 이들이 살고 있는 시대는 프리랜서 기자가 정착화 되어 있는 터라 별도로 소속된 언론사가 없다. 다만 각자가 ‘teukjong(특종)’과 ‘dokjong(독종)’이라는 신디케이트 회사에 적을 두고 있을 뿐이다. 이들 프리랜서 기자들은 자신이 취재한 기사를 언론사 별로 계약을 맺고 제공하고 있다.
#3남남이와 북녀가 각기 따로 운영하고 있는 회사는 능력이 어느 정도 검증된 곳이다. 그러나 내부 구성원들의 신분은 철저히 비밀 보장된다. 신분이 노출되면 ‘삼송’ 이나 ‘알지’ 같은 거대 자본으로부터 감시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송이나 알지 등은 자신들의 내부 비리가 2005년 당시 MBS 이상오 기자의 ‘X파일 보도 파문’으로 그룹 회장이 2년간 감옥살이를 했던 경험 이후 줄기차게 기자들을 감시해 오고 있다. 그들의 감시는 도청을 뛰어넘어 테러까지도 일삼는 잔인성을 드러내고 있다. 3년전 프리랜서 기자로 활동하던 ‘짱저널리스트’ 대표도 대동강 주변에서 변사체로 발견됐던 적이 있다. 당시 대부분의 언론은 삼송의 배후를 지목했으나 검찰은 손을 쓸 수 없었고 이내 묻혀버린 사건이다.
#4이런 언론 환경속에서 남남이와 북녀에게 동시에 제보된 정보. 그것은 다름 아닌 2015년 대한민국 통일 당시 아무개 대통령이 통일비용을 이유로 5천억 달러라는 거액을 횡령했다는 비리 제보였다.
#5‘이정도 정보라면 팩트만 확인되면 언론사당 2억씩은 받겠다’. 남남이와 북녀 모두 이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각자 취재에 나선 두 사람은 제보자를 만나기 위해 움직임을 시작했다.
그러나 익명의 취재원이 두 사람과 잡은 약속 날짜는 공교롭게도 같은 날. 기자를 믿지 못한다는 사회 통념상 취재원이 일부러 두 사람에게 제보를 했던 것이다. 같은 날 각기 다른 장소에서 취재원을 만나기로 한 남남이와 북녀는 메모지를 발견한다.
#6‘나를 먼저 찾는 사람에게 정보를 줄 것이오. 오직 한 사람에게만 줄 것이오’ 남남과 북녀는 이내 자신 외에 다른 기자에게도 제보가 들어갔음을 알게 됐다. 상대 기자가 누구인지 추적하던 중 두 사람은 충격적인 사실을 접하게 된다. 지금껏 같이 살았던 자신의 배우자가 ‘기자’였다는 것. 혼란스럽지만 ‘특종’을 해놓고 보는 것이 우선이다.
#7두 사람은 서로에게 거짓 정보를 제공하면서 취재원 접근을 차단하고자 한다. 온갖 방법을 동원하면서 서로를 따돌리고 쫓고 쫓기는 게임을 진행한다. 심지어 ‘삼송’에 거짓 제보를 하면서 “○○기자가 당신들을 취재하고 있소. 살피는 게 좋을 것이오” 등의 교묘함을 드러낸다. 특종은 곧 돈이기 때문이다.
#8취재원이 정해놓은 데드라인이 이틀 남았을 무렵. 서로가 싸우느라 지쳐있던 차에 두 사람은 시내 한 카페에서 만난다. 죽도록 싸웠지만 두 사람의 사랑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가 생겼기 때문이다. “왜 기자임을 숨겼지?” “기자라 하면 좋아했겠어요?” “우리 사회가 기자를 좋게 보나요?” “믿지 못하고 거짓을 일삼고 돈 버는 데 혈안이 돼 있는 것이 기잔데 어떻게 밝혀요” 등의 대화를 주고받는다.
#9이미 지칠 대로 지쳐 있는 심신이라 서로가 그동안 행했던 행동에 대해 사과를 나눌 무렵 9시 뉴스를 알리는 방송이 멀리 TV를 통해 들린다. “시청자 여러분, 전 아무개 대통령이 통일 비용 중 일부를 개인적으로 빼돌려 파문이 일고 있습니다… ”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두 사람은 허탈해 하며 테이블 탁자에 놓인 ‘TV on’ 버튼을 누른다 홀로그램으로 보이는 TV 뉴스는 지금껏 두 사람이 서로를 따돌리며 애타게 찾았던 ‘정보’였다. 이 순간 허탈해 하는 두 사람에게 똑같은 문자메시지가 전달된다.
#10“정보는 다른 기자에게 전달했습니다. 두 사람, 이제 그만 싸우시고 행복하게 사시죠. 그리고 ‘기자’ 그만 두세요. 기자가 무슨 결혼입니까? 지금 세상에 기자는 탐정, 수사관, 첩보원 역할을 다 해야 하는데…. 무슨 사랑을 한다고! 알고봤더니 당신들 부부라면서요!”
에필로그-프리랜서 기자 시대
2005년, 21세기다. 그렇다고 해서 20세기에 꿈꿨던 21세기는 아직 아니다.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봤던, 자동차가 날아다니고 로봇이 돌아다니는 세상은 아직도 멀다. 그래서 대개의 영화는 미래를 2020년 이후로 잡았는지도 모른다.
미래를 주제로 한 영화의 대부분이 그렇지만 주요 키워드는 ‘디지털’이다. 그 가운데 ‘미디어’의 힘은 결코 가볍지 않다. 2005년 현재 시점에서도 미디어는 과거 일방향의 전달에서 쌍방향의 소통으로 변화되고 있다. 고정된 붙박이형 디바이스도 이동형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직업적 정체성이 가장 많이 흔들리는 것이 ‘기자’다. 펜 하나만 있으면 모든 게 해결됐던 기자에서 이제는 컴퓨터, 사진, 통신, 동영상까지 모두 다룰 줄 알아야 한다.
멀티미디어, 멀티플레이어형 기자가 미래 기자의 모습이 될 것이라는 데 이견은 별로 없다.
이에 따라 기자가 지닌 직업적 사명감과 역할도 변화할 것이라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회 정의, 권력 감시, 여론 전달 기능은 기자가 아니라도 네티즌,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일정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제 기자는 ‘기자’만의 전문성을 고민해야 할 시기가 왔다.
기사거리를 찾고 텍스트, 사진, 소리, 영상까지 모두 일사천리로 생산해야 하는 당위성이라면 굳이 특정 미디어에 소속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블로그를 통해 사실과 주장을 전달하는 블로거들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텍스트 시민기자에서 동영상 시민기자의 등장도 역시 같은 연결고리다.
그러면 미래 사회의 기자 단상은 대강 그려진다. 바로 ‘프리랜서 기자’의 제도화. 1인 종합미디어로서 기자는 더 이상 소속사가 필요 없다. 필요에 의해 취재하고 필요에 의해 기사를 쓰는 ‘주식회사 홍길동 기자’가 전성시대를 맞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그러나 미래 사회 기자는 결코 아름답지 않다. 기자를 믿지 못하고 자본 권력으로부터 언제나 감시를 받아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는다. 프리랜서 기자들은 서로를 ‘물먹여야’만이 자신이 살기 때문에 경쟁도 더욱 치열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