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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국 치닫는 KBS '6·1 혁신안'

노조, 사장 불신임 투표 강행…집행부 단식농성 동조
기자직 이어 PD 아나운서 대의원, 노조 대의원 탈퇴 잇따라

이종완 기자  2005.07.20 09:3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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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연주 사장  
 
  ▲ 정연주 사장  
 
KBS 정연주 사장의 '6·1 경영혁신안'으로 촉발된 KBS 사태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KBS 노조가 20일부터 정 사장에 대한 불신임 투표를 결의한 가운데 투표에 앞서 18일과 19일 양일간 기자와 아나운서, PD출신 노조 대의원 37명이 노조의 강경투쟁에 반발, 대의원직 사퇴를 결정하는 등 ‘노노갈등’이 새로운 변수로 등장, KBS 사태가 예측불가능한 혼란에 빠졌다.



경영진들도 19일 ‘현 사태의 원만한 해결을 원한다’는 내용의 호소문을 통해 노조의 사장퇴진을 전제로 한 투표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한편 KBS는 지난 4일부터 18일까지 실시한 특별명예, 희망퇴직 신청 접수 결과 모두 31명이 신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 노사갈등 = KBS노조(위원장 진종철)는 14일 1천여명의 조합원이 참석한 가운데 비상총회를 열어 정 사장을 포함한 경영진에 대한 불신임 투쟁을 벌이겠다고 결의한데 이어 15일에는 비상대책위를 열어 오는 20일부터 정 사장 불신임 투표를 실시키로 했다.



노조는 "조합원들이 총회 사상 최대 규모로 집결해 무능 경영책임과 공영방송 사수 의지를 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영진이 뻔뻔한 자세로 일관함에 따라 사장 불신임 투표를 실시하기로 결의했다"며 "이번 투표에서 사장 불신임이 가결될 경우 대대적이고도 전면적인 사장 퇴진 투쟁을 전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영진들은 호소문을 통해 “회사와 경영진은 위원장 단식 농성 이후 집중적으로 조합과 수차례 협의를 진행했고 양측입장을 구체적으로 조율했다”며 “그러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노사협상 대표간의 합의는 번복되고 노조는 그동안 제기했던 요구 가운데 가장 강력한 내용을 새롭게 들고 나옴으로써 사태해결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들은 “사장 불신임 찬반투표는 노동관련법과 사규를 위배하는 불법적 행위이며 그 결과를 인정하지도, 수용하지도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며 “노조는 계속해 조합의 주장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공영방송 KBS를 살릴 수 있는 길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보다 앞서 15일 오전 사측은 노사협상을 통해 부사장 이하 경영진이 정 사장에게 사표를 제출하되 연말 경영성과에 따라 수리여부를 결정하고, 임금 삭감과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노조와 협의한다는 안을 제시했지만 '先 경영진 사퇴, 後 혁신안 수용' 방침을 고수한 노조의 거부로 협상이 결렬되기도 했다.

이같은 노사협상 결렬 사태는 허종환 노조 부위원장을 비롯한 비대위원 5명의 동조 단식농성으로 이어진 상태다.



게다가 사측의 태도에 변화가 없을 경우 비대위원 전원이 무기한 집단 단식에 돌입키로 해 긴장감은 더욱 고조되는 분위기다.








  진종철 노조위원장  
 
  ▲ 진종철 노조위원장  
 

 

◇ 노노갈등 = KBS노조의 강경한 태도에 반발하는 조합원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8일 기자출신 노조 대의원 9명은 KBS 내부게시판 코비스(Kobis)를 통해 ꡐ노동조합 대의원을 사퇴하며ꡑ란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우리는 이 사태를, KBS 내 특정 직종에 대한 또 다른 특정직종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한 것으로 규정한다"며 "어떤 길이 KBS를 위기로부터 구해낼 것이며, 어떤 길이 KBS 조합원들을 살릴 길인가를 냉철하게 판단하지 못하고, 특정 직종만의 이익을 대변하며 노사관계를 극한 대결로 몰아간다면, 이는 거대한 빙하를 향해 돌진하는 눈먼 함장의 행태"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소수 직종이라는 이유로 이 같은 비판의 소리에 눈과 귀를 닫고 KBS 미래는 안중에 없이 근시안적인 투쟁에만 몰두하는 현 노조 집행부의 노선에 동의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한다"며 "12구역 대의원 전원의 결의를 모아 노동조합 대의원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19일에는 PD직종과 아나운서 직종의 노조 대의원 사퇴가 이어졌다.



PD직종 대의원 25명과 아나운서 직종 대의원 3명은 본 보와의 전화통화를 통해 밝힌 사퇴변을 통해 “대안 없이 노사관계를 파국으로만 몰고 가려는 현 노조집행부와 뜻을 같이 할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며 “현 투쟁방식으로는 KBS의 개혁을 일궈낼 수 없다는 판단에 이같은 결정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KBS 노조는 잇따른 대의원 사퇴 소식을 접한 직후 ‘갈 길을 가더라도 상처는 남기지 맙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정연주 사장의 무능·졸속·오기·오만·대충·갈등·공포 경영이 어제와 오늘 일부 대의원들의 대의원직 연쇄 사퇴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이런 시점에서 좋바은 조합원들에게 보다 냉철한 자세를 견지해 줄 것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노조는 “다른 의견을 표출하는 것은 그 조직이 건강하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이런 의견과 행동이 지극히 자연스럽다고 본다”며 “조합원들끼리 논쟁은 치열하게 하되, 감정의 언어는 잠시 놓아둘 것”을 요구했다.





◇ 시민사회단체 목소리 = KBS 갈등을 바라보는 시민사회단체들의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언론노조 신학림 위원장은 지난 14일 비상총회 자리에서 "정연주 사장은 대단히 오만한 사람"이라며 "노사간에 대화가 이뤄지지 않아 문제가 발생한다면 경영진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정 사장을 비판하고 나섰다.



또 언론개혁시민연대(공동대표 김영호)는 18일 "KBS 사태를 우려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통해 "정연주 사장이 제안한 경영혁신안은 구성원들의 폭넓은 지지를 전제로 해야 실천이 가능하다"며 "사태해결을 위해서는 정치적 판단이나 편견은 철저하게 배제되어야 하며 노사는 감정적 대립을 청산하고 이해와 설득으로 사태를 해결하려는 진지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대화를 통한 사태해결을 촉구했다.